음악은 몸으로 받아들이는 언어고, 효는 몸이 행동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햇살이 차오르기 전 거실 창밖으로 벌거벗은 나뭇가지 위에 새 한쌍이 날아왔다. 다정하게 앉아 사랑을 속삭이며 행복해하는 모습이다. 한참을 보고 있던 나는 새의 소리라는 곡을 떠올리게 되었다. 언제였을까 그 곡을 접했던 때가….

동영상으로 파블로 카잘스의 연주를 들으며 악보를 찾아 나만의 연주로 평안과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에스파냐 카탈루냐에서 태어난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1876~1973)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아름다움을 발견해 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에스파냐 내전과 제1·2차 세계대전 그리고 종전 후 혼란기를 겪어야만 했던 그의 첼로는 악기이기 이전에 무기였으며 그 고통의 시간은 그의 사랑을 인류애로 확대시켰다. 한결같이 조국의 난민을 돕고 재건을 위해 힘썼던 그는 햇볕, 하늘, 바람, 돌, 집 등 누리고 있는 모든 것에 감사했으며 그 덕분에 행복해 할 줄 아는 진정한 음악가이기 전에 애국자이며 사랑의 전도사였다. 그는 "음악가는 그저 인간일 뿐이지만 음악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삶에 대한 태도"라고 강조했다.

음악이란 인간의 존엄성과 고귀함의 표현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첼리스트가 되기까지 그의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음악을 통한 봉사였다. 세상의 일이 항상 변화하듯, 자연의 방식은 변화이다. 자연의 일부인 우리도 스스로를 더 좋게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하는 카잘스는 부여받은 재능에 치열한 노력으로 겸손과 감사의 삶을 살았다.

첼로의 소리는 오묘하다. 사람의 목소리와도 가장 가까운 소리를 내며 사람을 닮은 악기다. 연주자는 첼로를 온몸으로 안고 연주한다. 젊은 연주자가 우아한 손길로 첼로를 만지는 모습도 좋지만 흰머리 지긋한 할아버지가 느긋이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져 좋다. 유명한 사진작가인 카쉬전이 열리고 있을 때 일이다. 어느 노신사가 매일 찾아와 한 사진 앞에서 한참을 서 있다 돌아가곤 했다. 그 사진은 프랑스 소도시 프라드의 한 성당에서 연주하는 카잘스의 뒷모습을 찍은 모습이었다. 어느 날 큐레이터가 노신사에게 왜 늘 이 사진 앞에서 서 있느냐고 묻자 그는 "쉿 조용히 하게 지금 내가 음악을 듣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나?"라고 했다고 한다.

카잘스는 연주회 마지막에 카탈루냐의 민요인 새의 노래를 연주하곤 했다. "제 고향 카탈루냐의 새들은 푸른 하늘을 날아오르며 'Peace, Peace' 하고 노래합니다. 은퇴한다는 것은 곧 내가 죽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일을 하면서 전혀 따분하다고 느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결코 늙지 않습니다. 가치 있는 일에 관한 흥미와 일을 한다는 것은 늙음을 치료하는 최고의 약입니다. 나는 매일 새로 태어납니다. 매일 새롭게 시작해야 해요."

나의 거장이고 존경하는 그의 말대로 오늘도 아름다운 향기를 전하는 하루를 보내려 한다. 양승춘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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