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전반 직원보호 동참행렬
갑질 고객 매뉴얼 제작·배포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대전 서구 편의점 계산대에는 점주의 전화번호가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안내문엔 ‘남의 집 귀한 아들딸 괴롭히지 마시고 불만 사항은 언제든 전화 주세요’라고 쓰여 있다. 일부 손님의 시비와 폭언, 성폭력적 발언 등으로부터 아르바이트생을 보호하기 위한 점주 박모(49) 씨의 아이디어다. 안내문을 붙인 후부터 갑질을 부리는 무례한 손님이 줄었다. 박 씨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새벽에 편의점을 찾는 손님이 술 한 잔 더 하자거나, 거스름돈을 받을 때 괜히 손을 더듬는 등의 행동을 한다면 바로 전화를 하라고 일러뒀다”면서 “책임자가 누군지 당당하게 밝힘으로써 아르바이트생과 손님 사이의 불필요한 감정 다툼을 방지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서비스업계가 ‘갑질’ 고객이 늘어나자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지금까진 무조건 고객에게 친절만 강요했지만, 상식을 어긴 고객에게 정당하게 맞설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가 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장에서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직원들의 경우 ‘서비스직 종사자’라는 특성 때문에 고객의 지나친 요구나 폭언, 협박 등 비상식적인 행동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경우가 많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전 지점에 고객 매뉴얼인 ‘존중받을 용기’를 제작해 배포했다. 매뉴얼은 ‘악성 컴플레인 제기 고객’ 판단기준과 유형, 응대 방법, 응대 테크닉, 상황별 참고법령으로 구성됐다.

예를 들어 매장에서 기물파손, 폭언, 성희롱 등 폭력적 행위를 하며 영업 방해를 한 고객은 과도성과 비윤리성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고객 진정, 중지요청, 경고, 응대 종료 및 경찰 신고 등으로 진행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대형 백화점뿐만 아니라 지역 카페 등에도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로부터 ‘직원 보호하기’에 동참하고 있다.

대전의 카페는 얼마 전 ‘우리 직원들도 귀한 자식들입니다’, ‘직원을 존중해주세요’ 등의 문구를 부착했다. 점주 김모(44·여) 씨는 “종종 직원에게 막말하거나, 무리한 것을 요구하는 일이 있어서 안내문을 부착했다”며 “직원들이 조금 더 존중받는 환경에서 근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비스업계에서는 더욱 성숙한 소비자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갑질 문제는 법적 처벌도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업체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지나친 대응은 고객 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폭행 등 갑질 문제가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도록 소비자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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