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혁 문제를 싸고 범여권과 자유한국당 간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 여기에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어제 국회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에 비유하는가 하면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혁 추진을 '입법 쿠데타'라고 비판함으로써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모처럼 국회 문을 열자마자 또 다시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한국당 의원들은 환영의 박수를, 민주당 의원들은 야유를 보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석 앞으로 나가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연설을 멈춰달라고 요구했다. 일부 의원들도 문 의장 앞에 몰려들어 서로 실랑이를 벌였다. "여러분이 보여주는 모습은 상생의 정치가 아니다. 참고 또 참아야 한다. 국민에게 판단을 돌리면 된다. 민주주의란 뚝딱 도깨비 방망이처럼 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 말을 막 하는 데가 아니다"라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일갈이 오늘의 현실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나 원내대표 자신을 비롯해 여야 5당이 합의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검토’에 대해서도 이를 파기하는 입장을 다시 내놓았다. 현행 300석인 의원 정수를 27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없애자며 여야 5당 합의를 파기한 데 이어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한국당이 연동제에 거부 입장을 밝히자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논의 중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대해 "사상 초유의 입법 쿠데타, 헌정 파괴"라고 주장했다.

모름지기 정치는 말로 풀어가는 ‘품격 높은 예술’이어야 한다. 어제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싸고 민주당은 법률적 검토를 해서 국회윤리위원회에 회부할 것이라고 맞섰고, 그밖의 야당도 한국당의 시대착오적인 인식에 반발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략적인 입장만 앞세울 일이 아니다. 연동형비례제는 주권 대표성과 비례성 강화 차원에서 국민적 공감대가 일정 수준 형성돼 있는 상태다. 1월까지 합의하기로 했던 사안에 대해 이제 와서 거부하는 게 정치 도의상 맞는가. 어떤 형태든 제1 야당으로서 선거제 개혁 협상에 임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