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수 공주대학교 교수

지난 3·1절 행사 때, 나는 문 대통령의 기념사를 들으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의 비뚤어진 역사인식이 또 다시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과거 고영주(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씨가 그를 ‘공산주의자’라고 폄훼할 때, 나는 고 씨를 비판했었다. 하지만 그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한 언행을 살펴보면 염려되는 게 한 둘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공산주의와 공산주의자에게 매우 관대한 사람이다. 그는 2017년 9월 21일 UN총회연설에서 김일성이 일으킨 천인공노할 6·25남침전쟁을 내전(內戰)으로 규정해서 국제적인 물의를 빚었다.

또 그가 존경하는 인사들은 하나 같이 공산주의자나 김일성을 찬양하고 추종했던 인간들이다. 호치민, 신영복, 윤이상 등.

그는 국민화합과 대통합의 정신을 강조해야 할 대통령으로서 입에 담지 말아야할 빨갱이와 친일파를 얘기했다. 또 빨갱이란 용어를 5번이나 언급하며 변형된 색깔론을 주장하는 세력들을 현대판 친일파(?)로 매도했다. 아마 자신을 비판하며 저항하는 우파세력을 직접 겨냥하는 게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비굴하고 시대착오적인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단언컨대 ‘우파=친일파’란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일제는 독립군을 비적이나 사상범으로 몰아 탄압했으며 빨갱이란 말도 거기서 생겨났다. 사상범과 빨갱이는 공산주의자에게만 적용되지 않고 민족주의자에서 아나키스트까지 모든 독립운동가를 낙인찍는 말이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일제가 사용했던 말은 빨갱이가 아니라 불령선인(不逞鮮人·일제의 명령을 잘 따르지 않는 불량한 조선인)이었다.

본래 빨갱이란 말은 공산주의자나 공산주의를 추종하는 자들이 빨간색을 좋아한데서 유래한다. 일례로 구(舊)소련, 중국, 북한의 국기 색깔을 보라. 붉은 색 일색이다. 더욱이 구소련의 군대는 ‘Red Army’라고 불렀다. Red에는 빨갱이란 의미가 들어있다.

우리나라에서 빨갱이는 8·15 해방공간에서 좌우대립이 격화되면서 생겨났다. 특히 남로당의 배후조종으로 발생한 대구폭동(1946년)과 여순반란(1948년)을 진압하고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수호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이때 ‘빨갱이’는 새빨간 거짓말을 일삼으며 체제 전복을 획책했던 좌익들을 선별하는 이념적 도구였다.

우리 사회에서 친일파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다 죽었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1인당 GNI가 3만불을 넘어섰다. 일제치하를 경험한 세대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우리는 고도경제성장을 이룩했고 지금은 극일의 단계까지 이르렀다.

과거 친일파는 대부분 일제에 의해 강요된 친일을 했다. 하지만 친북·종북 주사파는 빨갱이정권을 자발적으로 추종하는 비이성적 집단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존재한다. 친일청산을 외치며 극일의 기회를 가로막는 인간들은 친일파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 문 대통령의 빨갱이 발언도 본인의 정치적 스탠스에 대한 커밍아웃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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