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출연료에 광고는 축소" vs "선택과 집중 필요"

▲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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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배우 캐스팅으로도 힘에 부치는 지상파

"천정부지 출연료에 광고는 축소" vs "선택과 집중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내용, 세련된 연출이 부재하니 톱배우를 어렵게 모셔와도 역부족이다. 지상파 드라마 얘기다.

연기력을 빼놓고는 논하기 어려운 신하균(MBC TV '나쁜형사'), 언제나 남다른 무게감을 자랑하는 박신양(KBS 2TV '동네변호사 조들호2'), 영화에서든 드라마에서든 대세를 굳힌 주지훈(MBC TV '아이템')도 고전하니 심각한 상황이다.

'나쁜형사'는 국내에서도 상당한 팬을 보유한 영국 BBC 드라마 '루터'를 원작으로 해 시작부터 이목이 쏠렸지만, 초반 강렬하면서도 속도감 있던 연출이 중반부터 힘을 잃으면서 시청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신하균과 신예 이설, 김건우의 앙상블도 신선했지만 내용은 기대 이하라는 비평이 주를 이뤘다.

'동네변호사 조들호2' 역시 대중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준 지난 시즌에 대한 기대치에 박신양-고현정이라는 '투톱'이 나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극 초반 통쾌함보다는 심각하고 무거운 내용에 치중하면서 시청자를 끌어모으지 못한 데다 박신양 등의 부상과 결방, 팀 내 불화설 등으로 동력이 더 떨어졌다.

후반부 내용이 탄력을 받으면서 시청률이 7%대까지 올랐지만 때는 늦었다.

'아이템'은 천만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 등에 이어 넷플릭스 '킹덤'까지 출연하며 활약 중인 주지훈을 내세웠다. 소재 역시 '초능력'으로 호기심을 자아냈다. 그러나 첫 회부터 산만한 전개와 대중적이지 못한 에피소드로 한계를 노출했으며 시청률은 5% 미만에서 머문다. 제작비가 200억원대, MBC로서는 '투자 실험'이었던 셈이지만 출혈이 컸다.

톱배우 캐스팅은 한동안 tvN, OCN 등 케이블과 JTBC 등 종합편성채널에 시청률도 화제성도 빼앗기며 코너에 몰릴 대로 몰린 지상파의 고육지책 중 하나다. 막장 요소 투입(SBS TV '황후의 품격')이나 평일극의 주말극화(KBS 2TV '왜그래 풍상씨')와 더불어 그나마 톱배우에 투자하는 방법을 택한 셈이다.

결국 '자본 부족'으로 귀결되는 작가, 배우, PD 부재, 이 삼중고에 대한 지상파의 하소연도 들어봄 직은 하다. 애초에 비지상파와 '동일 선상'에서 경쟁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항변이다.

한 지상파 드라마국 관계자는 12일 "일단 광고 분량이 지상파는 프로그램 분량의 100분의 10인데 케이블은 20이다. 게다가 비지상파는 중간광고를 세 번이나 넣을 수 있고, 편성도 유동적이지만 지상파는 그럴 수 없으니 광고 시장에서도 불리하다"고 하소연한다.

올해 시행될 것 같았던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은 현재 일부 지상파의 경영 혁신 자구책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정부에서 제동을 건 상태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배우들과 제작자 '몸값'도 지상파 대작 제작을 더 어렵게 만든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회당 2천~3천만원을 받던 배우가 올해 5천만원을 부르는 게 현실이다. 비지상파에서 달라는 대로 고스란히 주니 출연료가 걷잡을 수 없이 폭등했다"며 "우리가 키워놓은 PD와 작가 역시 조금 자리 잡으면 '투자'라며 금방 빼간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러한 지상파 하소연에 외부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조언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지금 지상파의 문제는 잘못된 트랙에 올라타서 똑같이 경쟁하려고 드는 것이다. 지상파 3사가 수신료로 공영방송다운 콘텐츠를 만들고, 나머지는 시장 논리로 가는 등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상황은 장기간 독과점 환경에서 치열함을 잃고 자기 복제를 거듭한 결과"라며 "미디어 시장이 글로벌화하면서 작가, 배우, 제작사는 물론 내부 PD까지 '고인 물'을 떠나 최상의 환경을 찾아 나서는 건 당연한 이치"라고 꼬집었다.

최근 수년 내 지상파 드라마 제작과 방송 환경이 악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김과장' '쌈, 마이웨이', '저글러스', '피고인' 등 재기발랄하면서 완성도도 높은 작품이 나온 것을 생각해보면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이 더 와닿는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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