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연 증평군선관위 지도홍보주무관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시간이 지나면서 모습이 바뀌고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간다.

'발효'와 '부패'를 통해서다. 이 현상은 둘 다 균의 작용에 의해 일어난다. 부패와 발효의 가장 큰 차이는, 부패균은 유기 화합물이 자연 상태에 방치 되어 있을 때 거의 예외 없이 나타나지만, 발효균은 일반적으로 특정한 조건과 환경을 갖추었을 때에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배추를 그냥 방치해두면 부패하여 썩지만, 그 배추를 소금에 절여 용기에 담아 적당한 온도를 맞춰 보관하면 어디선가 생겨난 발효균에 의해 맛있는 김치가 된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발효도 부패에 포함되며, 이 두 가지 모두 미생물에 의한 유기물의 분해현상이지만 인간에게 유용한 경우에는 발효라고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부패라고 부른다.

얼마 전 필자가 근무하는 위원회에서는 동시조합장선거 홍보사업의 일환으로 지역 내 제과점의 협조를 얻어 빵 포장봉투에 공명선거 문구 스티커를 부착한 일명'공명빵'을 출시했다. 공명빵은 많은 정성과 숙성시간이 소요되는 발효과정을 거친 덕분에 부패하지 않고 밀가루 반죽에서 빵이 됐다. 조합원들 역시 공약 비교와 인물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거친 숙성된 후보자 선택과정을 통해 깨끗한 한 표를 행사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홍보사업을 실시하게 되었고, 많은 조합원들에게 공명선거 의지를 전달해 드릴 수 있었다.

살아있는 유기체인 사람이 투표를 한다는 점에서 선거도 발효될 수도 있고 부패할 수도 있다. 전국 1344개 농협과 수협, 산림조합에서 조합장을 동시에 선출하는 3월 13일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투표일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2005년부터 선거관리위원회가 조합장선거를 위탁받아 관리하면서 금품선거가 많이 개선되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후 보다 공정하고 효율적인 선거관리를 위해 2015년 처음 전국동시선거가 실시됐다. 하지만 두 번째 조합장선거를 앞둔 현재에도 여전히 나쁜 관행이 남아있다.

예전보다 조합원들의 선거에 대한 의식이 많이 변화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조합의 발전을 이끌 사람이 누구인지 후보자의 공약과 정책을 진지하게 살펴보고 투표하기보다는 무심코 혈연·지연·학연 같은 인맥에 이끌려 투표하는 경향이 강하다.

게다가 손쉽게 표를 얻으려는 후보자의 금품제공까지 이루어져 이번 조합장선거에서도 일부 조합에서 돈 선거 적발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부패는 방치와 무관심 속에서 일어나고 발효는 관심과 정성을 필요로 한다. 아름답고 깨끗한 선거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공명빵이 많은 정성과 오랜 숙성기간을 통해서 만들어졌듯이 이번 조합장선거에서 조합원들이 얼마나 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깨끗하게 후보자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조합의 발전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조합원의 올바른 선택이 건전한 경영을 유도하여 조합의 발전을 가져오고, 반대로 잘못된 선택이 선거 후 조합의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투표용지 앞에 선 모든 조합원들이 깨닫는다면, 조합장선거가 부패하지 않고 잘 발효되어 우리의 농촌경제도 더욱 활력을 찾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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