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덕성 충남대학교 총장

지난달 27일 충남대학교 정심화국제문화회관 백마홀에서 교수 20명에 대한 정년퇴임 및 명예퇴임식을 가졌다. 퇴임을 맞이하신 스무 분 교수님들의 학문적인 성취는 물론 청년들을 우리 사회의 동량으로 길러내신 희생이야말로 대한민국, 그리고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정년퇴임한 교수님 중 나와 동일한 시기에 신임교수로 임용을 받았던 분들이 정년퇴임하는 모습을 보니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언뜻 대학시절 유학생활을 했던 지난날을 회상해보니 '가는 세월'의 노래 가사로 문득 생각났다. "가는 세월 그 누가 막을 수가 있나요…" 내 나이 60이 되었을 때, 선배 교수님들이 "눈 깜짝 할 사이에 정년퇴임식이 다가오고 인생의 제 2라운드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을 때에도 나에게는 왠지 멀게만 느껴졌다.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 조지 버나드쇼는 임종 전에 "다시 산다면 나는 내가 될 수도 있지만, 한 번도 되어보지 못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면서 자기 비석에 ‘내 인생 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다’는 묘비명을 비석에 새겼다. 사람들은 '정말 엄청나게 우유부단한 삶을 살았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의 일대기를 보면 일생을 매우 바쁘게 살다가 떠나신 분이다. 사상가, 극작가, 소설가, 비평가로서 활동을 했을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25년에 노벨 문학상까지도 수상했다. 우리 인생은 참 짧다. 그런데도 여러 핑계로 선택을 주저하다가 기회를 놓쳐 버린 뒤에야 아차하면서 허둥대곤 한다. 그에게 있어서는 우물쭈물 허둥대면서 삶을 사는 사람을 행복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 묘비명은 누군가에게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돌이켜보면서 미래를 대비해서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의미심장한 의미를 준다. 이를 '넛지 효과'라고 한다. 이는 강요보다는 부드러운 방법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겪는 세월처럼 누구에게나 똑같이 노년이 있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제는 시간에 대한 생각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많은 사람들이 가는 세월이라 생각하고 과거에 대한 추억에 연연하지만 생각을 바꿔야 한다. 스위스 속담에는 '시간은 미래에서 현재로 다가오고 과거로 흘러간다'는 말이 있다. 우리에게 미래가 다가오므로 미래를 생각하면 잘 준비할 수 있고 잘 준비한 사람은 지금 현재를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존재로 활용하게 된다. 그 현재를 잘 보내게 되면 우리의 지난 과거가 가치 있고 아름답게 되므로 시간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우리의 생각과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이제는 마음을 새로 가다듬어 가는 세월을 한탄하고 과거에 연연하거나 회상하는 것 보다 다가오는 미래를 적극적으로 준비해서 잘 맞이하여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감당해서 지금의 과거를 준비해서 잘 살기로 마음을 다졌다.

나는 이제 정년퇴임이 1년에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년퇴임식을 맞을 때까지 이런 마음을 먹고 살기로 하였다. 항상 머릿속에 생각하면서 아마도 정년퇴임식 즈음에 내가 경험한 것을 토대로 바뀐 삶의 대한 태도를 다른 후배 교수들과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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