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제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을 약속한 문재인 정부가 당초 기대와는 달리 그 실행 속도에는 답답하기만 하다. 지난해 9월 주민참여 강화, 실질적 자치권 확대, 강력한 재정분권 추진 등을 골자로 한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를 제도화하고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액션플랜은 지체되고 있다. 때마침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로 현역 4선 의원인 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탁돼 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는다.

최근 정부의 수도권 정책을 보면 지방분권·균형발전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어 비수도권의 우려감이 깊어간다. SK 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경기 용인시가 지목된 것은 이를 방증해주는 대표 사례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 공장신축 면적을 제한해왔던 '공장총량제'를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포화상태인 수도권은 고밀도 집중화되고, 오히려 지방소멸을 걱정하고 있는 지방은 공동화를 촉진시키는 수순으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비수도권의 대응체계 강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마당이다.

여기에다 지방분권 계획 이행을 위해선 관련 법안 제·개정이 필수적인데 상황이 녹록치 않다. 올해 안에 처리해야 할 관련 법안만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 지방이양일괄법 제정, 지방재정법 개정 등 15개다. 지난달 나온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의 '2019년 자치분권 시행계획'을 보면 법률 제·개정 절차를 거쳐야 실행할 수 있는 과제는 전체 6대 전략 33개 과제 가운데 76%인 25개다.

진 장관 후보자가 지방자치발전을 한 단계 매듭지어야 한다고 밝힌 대목을 주시한다. 행정안전부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면 이밖에도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2022년 전국 시행을 앞두고 시범운영하는 자치경찰제도 안착시켜야 한다. 검경 수사권조정이라는 전제 조건과 얽힌 주제다. 야당 설득에 그 성패가 달렸다. 세종시의 자치분권 모델 정립 및 자율성 확대를 위한 세종시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충청권의 역량 결집도 필요하다. 법안 처리에 막혀 실질적인 자치분권에 차질이 벚어져서는 곤란하다. 여야 정치권이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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