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공단 광고
더운 여름 날 도로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있는 근로자 옆을 지나가며 젊은 어머니가 아이에게 말한다. "얘. 너도 공부안하면 저 사람처럼 될거야. 그러니 공부 잘해." 나름 적절한 상황의 훈계라고 생각하겠지만 아이의 의식은 혼란스러워진다. 이런 부모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편안한 직장이 아니라 더운 날 길에서 땀을 흘리며 힘든 육체노동을 하기 싫으면 공부하라는 지적은 전형적인 공포소구(fear appeal)에 속한다.

인간심리에 잠재한 공포본능을 자극하여 목적을 달성하려는 이런 시도는 주로 광고매체에서 많이 쓰인다. 의약품과 건강식품, 예금이나 적금 그리고 보험 같은 금융상품은 물론 공익광고나 캠페인에서도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된다. 이런 마케팅은 너무 많이 사용되어서 효과가 떨어진다지만 여전히 쓰이고 있다. 누구나에게 잠재하고 있는 두려움에 대한 저항감을 자극하여 목적을 이루려는 공포소구는 광고 패러다임이 넓어지면서 점차 옛 스타일에 되어간다지만 사진에서 보듯 지금도 살아 숨쉬고 있다. 이 카피가 언제 나왔고 아직 사용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폐지를 담는 카트와 여행 캐리어를 대비시키고 어떤 노후를 택하겠는냐는 광고문구는 여느 공포소구 차원을 넘어선다. 가급적이면 이른 나이에 연금에 많은 액수를 가입하여 안락한 노후생활을 즐기라는 취지에는 백번 공감이 간다. 마땅히 그러해야 할 것이다. 누군들 편안한 노년을 꿈꾸지 않을까마는 현실적인 형편이 여의치 않다보니 대책 없는 노후로 접어들게 되는 현실에서 너무 여과 없이 극단적인 대비로 불안감을 조성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다.

빈곤한 노후를 반드시 폐지를 주워 생계를 꾸린다는 설정으로 묘사해야만 될까. 유복한 노년을 캐리어 끌고 여행길에 나서는 것으로 상징하는 단편적 사고도 설득력이 약하다. 특히 국가나 정부가 개입하여 운영되는 기관, 단체 그리고 기업의 홍보는 그러므로 보다 신중해야 하고 그 여파가 국민과 사회에 끼치는 영향과 파급효과, 부작용에 대한 보다 깊은 검토가 필요한 까닭이다. 나날이 세련되어가고 찬탄을 불러일으키는 감각과 상징의 세계가 돋보이는 광고, 홍보업계의 발 빠른 행보와 감각에 견주어 아직 1960-70년대 국가계몽시대가 잔존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문학평론가>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