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미세먼지? 백세시대라는데 뭔 탈이 있겠슈. 아들, 딸도 TV에서도 집에 있으라고는 하는데 먹고 살라면 나와야지. 마스크는 갑갑하고 일하는 데 방해돼!”

엿새째 재앙 수준의 초미세먼지(PM2.5)가 충남전역을 휩쓸면서 5일장 장터의 고령 상인 등 노인들이 무방비 상태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오전 찾은 홍성장에선 200여명의 상인들이 골목마다 자리를 잡고 노점을 지켰고 이 가운데 마스크를 착용한 상인은 10여명에 불과했다.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다보니 앞서 발령된 미세먼지 경보(충남 동남부·서부 주의보, 북부 경보 발령)와는 관계 없이 일상적인 장터 모습이 연출됐다.

하지만 이날 충남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최고 179㎍/㎥까지 치솟았고 장이 섰던 홍성읍은 오전 10시 기준 136㎍/㎥로 대기환경기준(35㎍/㎥)을 4배 가량 상회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초미세먼지로 인한 국내 사망자가 1만 1924명(2015년 기준)에 달한다는 환경부 연구 결과가 발표되는 등 미세먼지의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상인들은 이를 개의치 않거나 초미세먼지가 1급 발암물질이란 사실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오히려 상인들은 미세먼지의 위험성보다도 이로 인한 방문객 감소와 마스크 사용의 불편함에 대해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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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와 주의보가 발령 중인 6일 오전 홍성전통시장 5일장을 찾은 상인들. 홍성

읍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초미세먼지 농도 136㎍/㎥로 대기환경기준(35㎍/㎥)을 훌쩍 넘겼지만 상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노점을 운영 중이다. 조선교 기자
이날 채소를 팔기 위해 장터에 나선 김모(81·여) 씨는 “젊은 사람들이야 쓰지 노인들은 마스크 쓸 일이 없다”며 “손님도 맞아야 하는데 불편해서 어떻게 쓰냐. 미세먼지가 위험하냐”고 되물었다. 

인근에 자리잡은 최모(80·여) 씨도 “TV에서 밖에 자주 나가지말라는 내용을 봤지만 미세먼지가 위험한지는 잘 모르겠다”며 “우리는 생업이 달려 있어 장터에 나와야 한다. 마스크는 갑갑해서 못쓴다”고 토로했다.

또 수 년 전 유방암 항암치료를 받았다는 장모(73·여) 씨도 “외출하지 말라는 재난안전문자가 매일 오고 아들, 딸도 걱정하지만 생업이라 어쩔 수 없다”며 “미세먼지 때문에 손님만 줄어 시장엔 손님보다 장사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인들의 생각과 달리 고령의 노인이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초미세먼지는 체내에서 혈관 등에 자극을 줘 심근경색과 허혈성심질환, 부정맥,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 증상을 악화시키며 천식, 기관지염, 폐렴, 암 등 질환의 발병률도 높인다.

심·뇌혈관과 호흡기에 모두 영향을 주는데 면역력이 약한 노인과 기저질환자들은 더욱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도 관계자는 “미세먼지 특별법이 지난달 시행된 이후 준비과정 없이 연달아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해 즉각적인 대처 방안을 마련하기 어려웠다”며 “노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홍보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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