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카카오 전자고지 신청…지역인쇄업체 반발
벤처업 "시장 선점 유리한 대기업 특례로 전락"

[충청투데이 이인희 기자] 신기술과 신산업의 발목을 잡지 않기 위해 규제를 풀어주는 '규제 샌드박스'가 대전지역 영세 자영업과 스타트업에게 부작용으로 돌아오고 있다.

5일 지역 인쇄업계에 따르면 최근 규제 샌드박스에 KT와 카카오가 공공기관 모바일 전자고지 활성화를 신청하면서 지역 영세 인쇄업체 등은 생존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규제 샌드박스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시키는 것으로, KT와 카카오는 기존의 우편으로 발송하던 공공기관의 종이 고지서를 별도의 동의절차 없이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로 보내는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현재 지역 내 인쇄소는 약 500여개로 특히 대전을 비롯해 인근 세종시 등의 공공기관 고지서 관련 인쇄·출력 수요가 몰리면서 지역 내 고지서 인쇄 사업은 상당한 규모로 형성됐다는 게 인쇄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홍보용 팸플릿이나 달력 등 과거 고정 수입원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데 이어 고지서 인쇄 사업마저 모바일로 흡수되면서 다수의 업체가 경영 위기 직격탄을 맞게 된 상황이다.

대전의 A 인쇄업체 관계자는 “규제 개혁을 위한 정부의 정책이 영세 시장을 강제로 없애는 꼴”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대한인쇄문화협회는 최근 시장 조사를 통해 모바일 고지서 전환에 따라 인쇄업계는 약 1000억원의 매출 감소를 떠안음과 동시에 관련 종사자 2만 4400명의 인력 감축도 이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규제 샌드박스로 인한 불만은 인쇄업계뿐만이 아니다. 지역 벤처업계 역시 규제 샌드박스가 일부만의 특례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역의 한 IT 플랫폼 스타트업 대표는 “모바일 고지서 활성화만 보더라도 결과적으로 정부가 시장을 선지배하고 있는 대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시켜 준 것”이라며 “시장 선점이 중요한 영세 및 스타트업에겐 기회차별로, 자본을 가진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에 불과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지역의 한 스타트업 대표는 “규제 완화에 따른 매출 및 일자리 감소와 함께 독점 문제까지 거론되면서 일각에선 지역 경기 활성화를 위한 촉매제 역할보다는 특례로 전락할 것”이라며 “개선 속도와 강도를 지금보다 더 높이지 못한다면 스타트업을 기반으로 한 신산업 경쟁력 확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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