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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지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장

선거는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자, 국가의 주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하지만 유권자에게 자유로운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거나 선거에 나선 후보자 사이의 경쟁이 불공정하다면 그 선거의 결과는 유권자들이 원하는 방향과는 거리가 먼 곳으로 간다. 때문에 자유롭고 평등하며 공정한 선거가 이루어지게 하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오는 3월 13일은 전국 1343개 농협·수협·산림조합장을 선출하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일이다. 조합장은 조합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조합원의 이익창출을 위해 노력하며 나아가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커다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과거 조합장 선거는 ‘돈 선거’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조합장 선거는 조합마다 개별적으로 실시했으나 금품·향응 제공 등 부정선거가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됐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으로 2005년부터 선거관리위원회가 위탁받아 선거를 관리하게 됐으며, 2015년 3월 11일에는 최초로 선관위 관리 하에 전국에서 동시에 조합장을 선출하게 됐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조합마다 개별적으로 선거를 실시하던 때와 비교하면 상당부분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여전히 선거법 위반 사례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4년 전 제1회 선거에선 선거법 위반으로 총 867건이 적발됐으며, 유형별로는 매수나 기부행위 위반이 349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전화나 정보통신망 위반 214건, 인쇄물·시설물 관련 위반 117건 등의 순이었다. 이번 2차 선거를 앞두고 이미 여러 지역에서 불법선거운동의 징후가 감지되고 있어 고질적 행태를 답습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1월 30일 현재 고발 26건, 수사의뢰 1건, 경고 68건 등 총 95건을 조치했다.

조합장 선거는 260만여 명에 이르는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지만, 선거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시행됐는가의 여부는 조합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이 우리 농산물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농·수산물 시장 개방 폭이 확대되면서 우리나라 농림어업은 저가의 수입산 농림수산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으며, 그 결과 농림어업의 생산성 및 농림수산물 품질 향상을 통해 수입산과 대등한 경쟁을 이어올 수 있었다는 점은 누구나 동의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국산 농수산물에 대한 굳건한 신뢰가 없었다면 지금의 상황이 과연 가능하였을까?

조합장 선거의 공정성 유무가 국산 농수산물의 신뢰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이 과도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농수산물은 그 어떤 상품보다도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작은 곳에서 시작된 소비자의 불신은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될 수 있다.

중앙선관위는 “시·도 광역조사팀, 공정선거지원단 등 단속인력을 총동원해 위법행위 예방 및 단속활동을 강화하고, 위법행위 발생 시에는 신속하고 철저히 조사해 엄중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는 법과 제도만으로 이뤄낼 수는 없으며, 무엇보다도 선거에 임하는 조합원들의 공정·청정선거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번 선거에서는 더 이상 ‘돈 선거’로는 조합장에 당선될 수 없다는 점을 모든 후보자가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선거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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