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드뉴스2-르포2.jpg
▲ 4일 대전 유성구 도룡동의 한 공사장에서 살수차가 물을 뿌리고 있다.
[충청투데이 박현석 기자] "이 달 들어 벌써 3번째로 오늘도 공사시간 단축에 들어갑니다… 하루 이틀이야 괜찮은데 미세먼지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공사지연이 얼마나 누적될지 걱정입니다.”

사흘째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4일 오전 대전 유성구 도룡동의 한 대형 공사장. 현장 소장은 대전시와 유성구로부터 받은 문자를 보여주며 이 같이 탄식했다.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당일 평균 5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른 공사시간 단축 등 비상저감 조치를 주문하는 내용이었다.

이날 대전시 초미세먼지 농도는 106㎍/㎥, '매우나쁨' 수준을 보였다. 이 때문에 이곳 공사장은 지난 2일에 이어 이 날도 비상저감 조치가 내려지면서 사흘째 공사시간을 1일 30%씩 단축해오고 있다. 

종전에는 작업시간이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지만 비상저감 조치로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3시간 감축 운영에 들어갔다. 지난달 15일부터 강화된 미세먼지 특별법에 따라 비상저감조치 적용 사업장이 기존 관급공사장 뿐 아니라 민간공사장까지 확대됨에 따른 것이다. 

공사 시간 단축 이외에도 살수차 운영, 작업근로자 미세먼지 마스크 보급 등 다양한 주문을 소화하느라 공사현장은 더 없이 바빠보였다.

슬라이드뉴스2-르포1.jpg
▲ 4일 대전 유성고 도룡동의 한 공사장에서 작업차량이 흙을 털어내는 세륜기 위를 지나고 있다.
공사장 주 출입구를 들어서자 차량 바퀴와 차체를 세척하는 세륜기 2대가 현장에서 빠져나가는 덤프트럭 2대를 붙잡고 있었다. 지면에 설치된 10개의 롤러가 차량 바퀴 밑에서 돌아가고 양 옆에서 쏘아진 물이 차량에 묻은 흙과 먼지를 씻기고 나서야 세륜기는 덤프트럭을 놓아줬다. 

약 5만㎡ 부지의 공사 현장에 들어서니 200여 명의 인부들이 지하 5층 깊이의 현장에서 기초공사에 한창이었다. 인부들은 방진마스크에서부터 안전모와 보호장구까지 완전 무장한 상태였다.

인부 A씨는 "마스크를 끼고 작업하면 아무래도 불편하지만 지금 같은 날씨엔 쓰지 말라고 해도 쓸 것이다"고 말했다. 인부들과 굴착기 사이로 바쁘게 오가는 차량 한 대가 눈에 띄였다. 최대 19만 리터를 물을 싣고 다니는 살수차였다.

이 살수차는 하루 최대 7회까지 최대 800톤가량의 물을 공사장과 인근에 살포하면서 비산먼지를 진압하고 있었다. 공사장 내 차량들도 거북이 걸음으로 속도를 내고 있었다. 먼지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운행속도가 10㎞로 제한된 탓이었다.

이처럼 미세먼지 비상저감 대책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마주한 공사업계는 그 취지와 방향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공기 지연으로 인한 간접비 상승 등의 여파로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현장 소장은 "특별법 취지는 공감하지만 비용수반에 대한 예측이 어렵다”며 “예정대로라면 2021년 상반기에 준공이지만 오늘같은 날이 계속 반복된다면 더 늦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고 토로했다.

박현석 기자 standon7@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