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 상명대학교 글로벌금융경영학과 교수

국민연금공단은 기초연금을 가능한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소개하고 있다. 이 같은 목적에 충실하려면 기초연금은 전 국민에게 지급돼야 마땅하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기초연금의 전신이었던 기초노령연금을 모든 노인에게 20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공약은 공약일 뿐 현재 소득 하위 70%의 노인에게 최고 월 25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초연금은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연금액이 평균임금의 10% 수준으로 다른 선진국의 15% 내외에 비해 낮다. 둘째, 연금액이 국민연금과 연계돼 지급된다. 소득으로 기초연금 수급자격을 결정하려니 소득의 일부인 국민연금액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기초연금 도입 초기에는 일부 국민연금수급자가 기초연금수급자보다 적게 받을 수 있다는 이슈가 제기된 적이 있었다. 여러분은 박근혜 대선후보의 공약으로 인해 이 문제가 드러나면서 여론이 악화되고 언론에서 갑론을박했던 때를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소득 재분배 측면에서 기초연금 못지않게 국민연금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액은 소득에 비례하는 보험료와 함께 평균소득에 연계된 까닭에 평균보다 낮은 소득인 가입자는 자기가 낸 것보다 좀 더 받게 되고 그만큼 평균보다 높은 소득의 가입자가 부담토록 설계돼 있다. 물론 모든 국민연금 가입자는 자산운용 수익 등을 재원으로 자신이 낸 몫보다 더 많이 받는다. 다만 가입자의 소득이 높을수록 그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또 양 제도가 연계됨에 따라 그만큼 연금제도의 유지관리가 복잡하고 비용이 들며, 국민이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더욱이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안정화를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데, 저소득자의 몫까지 일부 부담하는 고소득자의 저항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문제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 부분을 기초연금으로 이전시키고 모든 국민에게 지금보다 많은 기초연금액을 받도록 제도를 개혁할 경우 상당히 해소할 수 있다.

기초연금액을 인상하려면 재정부담이 크게 늘어나는데, 이는 두 가지로 해결할 수 있다. 첫째, 불가피한 추가 세금 부담은 소득대체 부분이 이전됨에 따른 보험료 절감 효과로 일부 상쇄될 수 있다. 고소득자의 경우 기초연금이 지급된다면 조세저항도 훨씬 완화될 것이다. 둘째, 지금처럼 지자체를 중심으로 뿌려지는 전시적이고 비효율적인 노인복지예산의 일부를 기초연금 지급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작년만 해도 정부는 22조 원의 재정수지 흑자를 냈다.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 주고 알아서 쓰게끔 한다면 복지국가 구현은 물론 소비 진작도 도움이 될 것이다.

자고로 연금제도는 단순할수록 국민의 이해가 높아지면서 제도에 대한 지지도 높아지고 개개인이 노후준비를 하는데 유리하다. 이로써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도 있고 적지 않은 행정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많은 선진국에서 기초연금은 공공부조의 성격으로 유지하고 그 위에 가입자의 소득에 비례한 공적연금을 얹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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