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 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설 연휴에 고향을 다녀온 사람들은 마을 곳곳에 붙어있는 환영플랭카드를 보고 깜짝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3월 13일 실시되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신호이다. 이날 전국 1400여개의 지역농협과 수협 그리고 산림조합의 대표가 선출된다.

예전에 조합장선거는 금품선거, 선물선거, 경운기선거라고 불릴 만큼 돈 선거냄새가 나는 혼탁한 선거였다. 또한 지역에서의 친분관계와 학연·지연·혈연이 강하게 작용하는 연고주의선거였다. 따라서 돈을 많이 뿌린 후보가 당선되거나 지역에서 인간관계를 잘 맺고 있는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돈으로 당선된 조합장은 임기 중 선거과정에 쓴 본전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불법대출이나 채용비리를 저질러 국민의 불신을 초래했고, 안면관계로 당선된 조합장은 조합의 부조리나 문제점을 개혁하지 못해 조합원의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았다.

사실 선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되려는 후보와 이러한 행태를 당연하게 여기고 이를 악용해 특혜를 누리려는 유권자와의 끊임없는 거래행위이다.후보가 조합의 비전과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유권자의 마음을 얻으려는 거래를 시도하면 조합의 미래는 기대되고 지역경제와 조합원의 삶은 향상될 수 있다. 하지만 후보자가 선물이나 식사 또는 여행경비 등을 제공해서 유권자의 환심만 사려는 거래를 시도하면 반짝경제만 좋아질 뿐 미래는 암담할 것이다.

조합원도 인간인 이상 후보와의 인연을 무시하고 투표하기는 어렵다. 그동안 쌓인 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표를 찍어준다는 것은 그러한 정을 확인하는 행위이다. 이렇게 해서 유대관계가 돈독해지면 사회생활도 원만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농협·수협·산림조합은 풀뿌리금융기관의 터전이자 지역경제의 주춧돌이다. 또한 조합장은 지역경제의 장으로서 해당 조합과 조합원의 미래를 책임지는 자리이다. 따라서 이렇게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을 그동안의 인간관계나 돈 몇 푼으로 선택해서 4년간 맡겨서는 안된다. 냉정하게 판단하고 책임성 있게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한편 선거는 후보자와 유권자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진다. 후보자도 당당하고 공명정대하게 선거에 임해야 하겠지만 유권자 역시 검은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선악과의 유혹은 도처에 숨겨져 있다.

선거인 매수 및 이해유도행위,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선거운동을 위한 호별방문 등 허위사실 공표나 후보자 비방이 그것이다.

2005년부터 조합장선거가 선거관리위원회로 위탁돼 실시되고 있는 만큼 이번 조합장선거에서는 그동안 나타난 관행과 악습의 고리를 끊고 후보와 조합원이 성숙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후보는 정정당당하게 정책과 식견으로 표를 구하고 유권자 역시 조합의 미래를 희망차게 설계해서 실천할 수 있는 후보에게 깨끗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선악과는 후보와 유권자 모두가 극복해야 할 유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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