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아시안게임' 충청권 공동유치에 힘 모아야
박일순 대전시체육회 사무처장


1993년 대전엑스포를 준비하며 역대 가장 역동적인 대전의 모습을 보았다. 대전의 역사는 엑스포 개최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엑스포를 통해 대전은 세계만방에 알려졌고 위상도 한껏 높아졌다. 대전엑스포를 준비하며 둔산지역이 본격 개발돼 본격적인 신도시 시대가 열려 대도시다운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대전엑스포가 대전의 도시 발전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됐다는 사실을 부정할 시민은 없다. 실제로 대전의 도시 외형은 엑스포 이전과 이후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엑스포를 계기로 도시가 급성장한 이후 대전은 10년간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정부청사가 이주했고, 대전역 인근 쌍둥이 빌딩에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이 이주했다. 이 무렵 계룡에 삼군본부가 이전했고, 수년 후 교육사령부도 왔다. 엑스포 이후 10여 년 동안 대전의 인구는 매년 1만 명씩 늘었고, 가장 가파른 도시 성장을 했다. 이 때 대전이 광주인구를 추월해 전국 6번째에서 5번째 도시로 올라섰다. 이는 대전엑스포의 개최와 무관한 일이 아니다.

엑스포 이후 대전은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하며 또다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 월드컵을 준비하며 도시철도가 개통됐고, 유성구 일대에 신도시가 생겨났다. 엑스포에 이어 월드컵 개최는 대전의 도시발전에 호재를 제공했다. 1997년 국가 외환위기 사태를 겪으며 전국의 경제가 가라앉아 있을 때 그래도 월드컵 개최도시는 재정이 투입돼 일자리가 생기고 기업에 일감이 생겼다. 그 덕에 바닥 상태였던 도시경제가 제법 빠르게 회복될 수 있었다. 이밖에 월드컵 명승부로 기록될 한국-이탈리아 경기가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져 대전의 이름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기회가 됐다.

엑스포와 월드컵 이후 대전은 이렇다 할 호재를 맞지 못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또 세종시가 개발되면서 젊은 세대들이 보다 저렴한 전셋집을 얻기 위해 세종으로 이사했고,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이 타 도시로 떠났다. 최고 154만 명에 육박했던 인구는 148만 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별한 인구 유인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인구유출도 예상된다. 인구 유인책이란 일자리를 제공하고 경제활동이 활발해져 무슨 일이든 벌이면 잘 돌아가게 해주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대전에는 국제적 행사의 유치가 절실하다.

획기적 호재가 필요한 즈음에 대전시가 인근 지자체인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와 연대해 2030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적절한 시기에 제대로 터진 불꽃이다. 대전의 도시 위상으로 볼 때 올림픽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아시안게임은 충분히 치러낼 역량이 있다. 더욱이 인접 시도와 공동개최를 통해 위험부담을 분산시켜 대회를 유치한다고 하니 최적의 선택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단기간 내에 최대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에 막대한 국가 재정을 투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시안게임 유치이다. 더구나 무형의 자산이라 할 수 있는 도시 브랜드 제고와 관광활성화 등은 계산하기 어려운 엄청난 이익과 삶의 질을 시민들에게 안겨줄 것이다.

2030 아시안게임은 그동안 성장 동력을 잃고 시름시름 주저앉아가고 있는 대전경제에 활력을 안길 산소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대전과 충청권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값진 기회다. 일부 시민 가운데는 빚잔치가 될 것이라며 아시안게임 유치 반대의사를 밝히기도 하지만 그것은 기우일 뿐이다. 재정은 투입될 수 있지만 이면에서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생각하면 아시안게임 유치를 반대할만한 이유는 못된다. 대전과 충청이 최적의 시기에 최적의 사업을 공동으로 벌이기로 한 것은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아시안게임의 유치는 대전과 충청 발전에 더없이 행복 주는 좋은 기회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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