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희 충남도 농림축산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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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 쌀 과잉생산에 따른 수급 불균형 문제는 우리 농업이 안고 있는 고질병이다. 2017년 수확기 쌀값은 공급과잉으로 인해 30년전 수준인 가마당 13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농민단체들은 쌀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한 ‘쌀 생산조정제’ 도입을 촉구했으며, 이는 국회에서 여야 일치로 신속히 통과됐다.

쌀 생산조정제는 벼를 심었던 논에 타작물을 심으면 일정금액을 지원해 주는 제도로 구조적인 쌀 공급과잉을 막을 유일한 대안이다.

하지만 농업현장에서 쌀 생산조정제 도입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할 경우 일정금액을 지원받아도 벼만큼 소득 보전을 장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한 재배와 수확과정이 벼보다 쉽지 않고, 수확 후 판매도 불투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민단체들이 먼저 쌀 생산조정제를 제안한 것은 더 이상 쌀의 가치하락과 수급불균형에 따른 구조적 불안을 간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농민들의 결단에 발맞춰 정부도 2017년부터 37만t을 격리조치하고, 정부 적정 재고량을 초과하는 물량은 다용도 가공용으로 공급하며 특단의 조치를 단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 수확기 쌀값은 전년보다 다소 회복된 19만원 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수요와 공급에 기초한 시장가격이 아닌 정부의 개입으로 인한 인위적 가격이기에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이런 불안정한 쌀시장에서 간신히 끌어올린 쌀값이 올해 다시 폭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벼재배와 관련된 제도·현실적 요인들이 농민들의 쌀 생산조정제에 대한 의지와 관심을 약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쌀 수급불균형 상황은 어떨까. 2018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쌀 소비량은 가공용을 포함해 대략 1만t 남짓이다.

따라서 이론상 연간 375만t 정도를 생산하면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룬다. 그러나 현실은 평년작 이하의 생산량을 보인 2018년만 해도 387만t이 생산돼 12만t이 과잉 생산됐다. 게다가 의무수입량 40만t까지 더하면 52만t이 초과 공급됐다.

이처럼 쌀 수급불균형은 여전해 쌀값의 불안정은 계속될 것이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선 쌀 생산조정제에 대해 정부와 농민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힘을 합쳐야한다. 쌀값 하락의 악순환은 반복될 것이다. 쌀 전업농과 들녘경영체 등 대농가를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타작물 재배가 필요하다.

충남도는 올해에도 화학비료 적정시비와 삼광벼 중심의 고품질 쌀 생산으로 단위면적당 쌀생산을 감축하고, 논 타작물 재배를 위한 정부정책에 적극 부응할 것이다. 1㏊당 평균 340만원의 타작물 재배 소득보전 지원사업과 별도로 타작물 생산에 필요한 기반조성 및 장비를 지원할 것이다. 또 우리밀, 논콩 등의 이모작 작부 체계를 구축하고, 학교급식과 연계한 벼 이외 작물 소비 확대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아울러 논 타작물재배 재배기술 교육을 강화하고, 조사료 생산 경영체와 연계해 조사료 수확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또한 타작물의 판로확대 방안 마련을 위해 계약재배와 급식 활용을 확대하고, 특정 품목의 쏠림현상이 없도록 대체작물의 경제성을 높여나가는 데 행정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2019년 충남형 쌀 생산조정제가 쌀 수급안정과 매우 저조한 타작물의 곡물자급율(3.3%) 및 식량자급율(9.8%) 제고를 통해 농민들의 경제적 안정과 식량주권을 강화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충남도와 농민들의 협력 속에 균형적인 쌀 생산이 이뤄지고 농민과 일반 국민 모두 더불어 행복한 상생의 토대가 구축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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