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 배재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우리가 흔히 빠지기 쉬운 오류 중 하나가 모든 현상을 상반된 개념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감성의 반대는 이성, 여성의 반대는 남성, 이런 식이다. 그런데 이런 식의 인식이 편리한 면도 있지만, 때로는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 그리고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한다. 감성이 풍부해 쉽게 자기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그 사람이 이성이 부족할 것으로 생각한다. 반대로 이성적 능력이 발달한 사람은 감정이 메말랐을 것으로 예단한다. 그러나 인지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성과 이성의 뿌리는 같은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성과 감성 둘 모두가 발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과 남성에 대한 우리의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흔히 여성성이 발달한 사람은 남성성이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남성성이 발달한 사람은 여성성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한다. 이 또한 오류다. 물론 여성성만 발달한 사람, 그리고 남성성만 기형적으로 발달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여성성과 남성성이 공존하고 있으며 이 둘 모두가 발달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사회 현상을 상반된 개념으로 파악하고 한 쪽이 커지면 다른 한 쪽이 작아진다고 생각하는 오류는 사회 곳곳에서도 발견된다. 북한이 잘 되면 남한이 어려워진다. 일본이 부강해지면 우리나라가 위험해진다. 내 주변 이웃과 동료가 잘 되면 나는 무언가 손해를 본다. 이러한 생각을 학자들은 제로섬(zero-sum)적 사고라고 한다. 총합(sum)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누군가 이득을 보면 다른 누군가 그만큼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경쟁사회이다보니 이러한 제로섬적 사고를 가지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다. 실제로 물질적인 가치들은 대부분 그 총량이 제한되어 있으며, 경쟁이 불가피하다. 부장 자리는 하나인데 여러 사람이 경쟁하는 것은 피할 길이 없다. 서울대학교 입학 정원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입시 경쟁 또한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물질적인 가치는 총량이 제한되어 있지만, 주관적인 행복감은 총량이 정해져 있지 않다. 따라서 주변 사람이 행복하다고 해서 내가 덜 행복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 반대로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야 내가 더 행복해 질 수도 있다. 주관적 행복감은 나눌수록 커질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경쟁을 무시할 수 없고, 당연히 우리는 남들과 경쟁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경쟁에 매몰되어 다른 사람과 나 자신을 상반되게 바라본다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경쟁을 하면서도 동시에 주변 사람들과 함께 행복을 키워나가는 지혜를 우리는 배워나가야 한다. 그 첫 걸음은 이 세상을 지나치게 상반된 개념으로 보거나 제로섬적 시각으로 보는 오류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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