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영 충남도립대학교 총장

예비타당성조사(예타)는 정부의 재정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사업의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면밀하게 검증·평가하는 제도다. 2019년 1월 29일 정부는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예타면제사업)를 발표했다. 총 24.2조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계획은 프로젝트의 이름처럼 지역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다는 명분을 가진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예타면제사업 결정에는 많은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예타면제의 기본 조건이 국가균형발전으로 되어 있는데, 그 근거(기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운용지침에서 규정하는 지역균형발전 분석에서는 지역간 불균형이 심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지역간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낙후도 개선, 지역경제 파급효과 등 지역개발에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예산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예타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권력자들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대규모 국책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는 독선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4대강 사업이 끝나고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엄격하게 실행하였다면 추진될 수 없는 사업이었을 것이다.

이번의 예타면제 특히 SOC사업 예타면제에 대한 반발이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환경부에서는 예타면제 사업이라 하더라도 환경영향평가 등의 과정에서 무리한 사업은 걸러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업에 관련한 환경성은 예타 단계에서 검토하도록 되어 있으나 예타면제는 이러한 검토를 면제한다는 의미도 있어 정부가 결정해 추진하는 일을 기획단계에서가 아니라 추진단계에서 스스로 중단시키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한편 지역균형발전에 관련된 사업의 경우에 경제적 타당성만으로 사업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것이 국가의 미래를 계획하는 데 있어서 어떤 합리성을 갖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검토해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건설(SOC)사업의 경우, 예타에서 경제성(35~50%), 정책성(25~40%), 지역균형발전(25~35%)을 반영해 평가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또한 예타면제 대상에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정책 사업이 포함되어 있어서 이 두 개의 조건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에서 요청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해서는 해당사업의 정책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과정이 더욱 정교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예타면제 사업의 선정기준이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수준에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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