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렴주구(苛斂誅求)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든 권력자들이 자신의 영욕을 채우기 위해 행패를 부리면서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가혹하게 거두는 예는 많이 있다.

‘고문진보 古文眞寶’에 실려있는 유종원(柳宗元)의〈포사자설 捕蛇者說〉이라는 글에는 이러한 가렴주구로 인해 고통 받는 백성의 모습이 너무도 잘 나타나 있다.

영주(永州) 땅에는 기이한 뱀이 나오는데 검은 색 바탕에 흰색무늬로 그 뱀이 초목에 닿기만 하면 초목이 모조리 말라 죽었고, 사람이 물리면 치료할 방법이 없이 죽어야 했는데, 이렇게 독한 까닭에 심한 중풍이나 팔다리가 굽는 병, 악성종양 등을 치료하는데 쓰일 수 있었다. 그래서 왕명에 의해 이 뱀을 잡도록 했고, 이 뱀을 1년에 두 마리를 바치는 사람에게는 조세를 감면해 줬다.

그만큼 잡기도 어려울 뿐더러 목숨을 걸고 해야 할 만큼 위험 부담이 큰일이었다. 그럼에도 영주사람들은 앞 다투어 그 뱀을 잡아 드렸다.

이 마을에 장씨(蔣氏)라는 자가 있었는데 삼대에 걸쳐 이 일에 종사해 왔다고 했다. 그런데 꽤나 슬퍼 보여서 그 까닭을 물으니 “제 조부도 그 뱀 때문에 죽었고, 부친도 그러하였으며, 저도 몇 번이나 죽을 뻔 하였지요”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이에 “그럼 세금을 내고 목숨을 부지하지요”하니 “이전부터 뱀 잡는 일을 하지 않았다면 저는 아마 오래 전에 죽었을 것입니다. 저희 가문이 이곳에 산지 삼대(三代)가 되었지만 이웃 사람들의 생활은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날로 궁핍해졌습니다. 또 이리 저리 나라에서 거둬가는 것들이 많아 먹고 살 길을 찾아 여기저기 떠돌다가 굶주림에 쓰러지기도 하고, 추위에 얼어 죽고 전염병에 걸려 죽어서 지금은 열에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혹독한 관리가 마을에 와서 소란을 피우면 마을 사람들은 물론 개나 닭까지도 모두들 잔뜩 놀라 움츠리며 눈치를 보고 있지만, 저는 1년에 두 번 뱀을 바치고 나면 평소에는 그러한 시달림은 받지 않아도 된답니다. 그러니 대체로 1년 중 죽음을 무릅쓰는 때는 두어 번이고, 나머지는 편히 지낼 수 있는 것이지요. 비록 제가 이일을 하다가 죽더라도 이웃사람들보다는 늦게 죽는 것이니 어찌 제가 이일을 마다하겠습니까?”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 보다 무섭다(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공자의 말이 실감나는 글이다.

“얼마나 백성들로부터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어들이고, 목숨을 위협해 빼앗았으면 그 무서운 뱀을 잡는 일을 선택했겠습니까?”

가렴주구(苛斂誅求)란 바로 위와 같은 상황을 이르는 말이다

<국전서예초대작가·서실운영·前대전둔산초교장>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