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승환 충북선관위 홍보과 공보계장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소소한 것에 기쁨을 얻고 행복을 만끽하며 깨달음을 얻을 때가 있다.

부모님의 아들로서,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세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 위치에서 많은 걸 느끼고 경험하며 나 자신을 채워가는 요즘 나에게 큰 교훈을 준 사건 하나가 있었다.

큰 딸아이가 다니는 피아노 학원에서 개최하는 연주회 때의 일이다. 연주회를 마치고 나오던 딸아이가 한 마디 한다. "아빠, 나 이제 맛있는 저녁 사 줘!"

그러고 보니 연주회 이틀 전 내가 딸아이에게 했던 약속이었다. 내심 딸아이가 피아노 연습을 열심히 하라는 동기부여의 의미가 컸지만 아무튼 연주회를 마치면 맛있는 저녁을 사주기로 약속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연주회를 마친 시각이 늦어져 저녁식사를 할 만한 식당이 대부분 문을 닫은 것이었다. 딸아이에게 상황 설명을 하고 식사는 집에 가서 하고 대신 피자를 시켜주겠다고 나름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많은 기대를 했던 아이에겐 그 대답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오히려 작년 일을 되새기며 또 다른 불만 한 가지를 얘기하는 것이다. "아빠, 작년 내 생일 때 장난감 사주기로 해놓고 그건 왜 안 사 줘!" 그러고 보니, 작년 생일 때 아이가 고른 비싼 생일선물 대신 다른 선물을 사면서 아이가 골랐던 그 장난감을 올해 사주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나름, 비싼 선물 대신 가성비가 높은 선물을 사기 위한 내 나름대로의 상황모면을 위한 공약이라고나 할까. 그 무책임한 공약을 믿고 우리 아이는 1년 동안 희망을 가지며 행복한 상상을 한 것이다. 아이에게 미안한 맘이 들면서 무책임한 약속은 하지 않겠노라 다짐을 했었다.

다가오는 3월 13일은 조합원을 위해 일할 참된 일꾼을 뽑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있는 날이다. 조합장선거는 지역경제와 국민 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선거이니만큼 유권자들의 후보자 선택기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제는 후보자, 유권자 모두 달라져야 한다. 유권자는 학연, 지연이나 개인적 친분 등 오랜 관행에 사로잡혀 실현 불가능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자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는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후보자는 본인의 공약을 믿고 지지해준 유권자들을 위해 실현 가능한 정책들을 설계했는지 다시 한 번 고민을 해야 한다.

난처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한 부끄러운 아버지는 되지 말아야겠다. 그렇다. 특별한 약속도 특별한 바람도 아름다운 선거와는 거리가 멀다. "아름다운 선거"는 우리가 무언가를 특별하게 해야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후보자로서, 유권자로서 조합을 사랑하는 보통의 마음가짐으로 기본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이제 3월이면 봄이 되고 들녘에도 꽃이 필 것이다.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서도, 누군가가 아름답다고 불러주길 바라서도 아닌 늘 그랬듯이 그 자리에서 보통의 마음으로 고운 빛깔의 꽃을 피울 것이다. 그리고 소임을 다한 꽃들에게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참으로 아름다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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