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헛물만 켰다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경기도 용인시에 의향서 제출
수도권 규제완화 신호탄 우려, 유치 노린 천안·청주 등 반발

[충청투데이 백승목 기자] SK하이닉스가 총 120조원을 투입해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21일 발표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수도권 규제 완화라는 점에서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가 밝혀온 국토균형발전 정책 기조에 역행하는 것으로 유치 경쟁을 벌여온 충청권 등 비수도권 지역의 반발이 예상되며, 수도권 규제 완화의 봇물이 터질 것이란 우려감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조성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인 ㈜용인일반산업단지가 용인시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고 21일 밝혔다.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을 공식화한 것이다. 남은 절차는 사실상 정부 승인으로 경기도와 국토교통부 등의 협의를 거쳐 '수도권정비위원회'에서 의결되면 첫삽을 뜰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최종 승인할 경우 SK하이닉스는 공장부지 조성이 완료되는 2022년 이후 120조원 규모를 투자해 축구장 10개 크기의 반도체 팹(Fab·반도체 생산설비) 4개 건설과 국내·외 50개 이상 장비·소재·부품 협력업체가 단지에 입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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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클러스터입지예정지 용인시 원삼면 일대. ⓒ연합뉴스
이는 현 정부 들어 첫 수도권 규제 완화 사례다. 이에 따라 충청권이 수도권 규제 완화의 첫 희생양이 된 모양새다. 앞서 지난해 12월 정부가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충청권에서는 충남 천안과 충북 청주가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구본영 천안시장은 이달 초 국무총리실, 산자부 등 정부기관과 에스케이하이닉스 등을 방문해 유치의향서를 전달했으며, 청주도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 추진이 전해진 직후인 지난 29일 김항섭 청주부시장이 국회를 찾아 지역 국회의원들과 만남을 갖고 청주 유치를 위한 적극 협조를 요청했다.

충청권이 이처럼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열을 올린 이유는 지방세수 유입과 고용창출 등 경제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최대 영업실적을 올리면서 올해 4월 이천시에 낼 지방세가 3200억원에 달한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서울대 경제연구소의 자료를 보면 하이닉스 이천공장(M14)의 고용창출은 21만명이며, 지난해 착공한 이천신공장(M16)은 2026년까지 34만 80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때문에 반도체 클러스터 수도권 조성은 정부의 균형발전 기조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수도권 과밀화를 더욱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반도체 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수도권 규제를 푼 것이라고 정부가 강변할지 모르지만, 그런 논리라면 편중 개발에 다른 수도권 과밀과 지역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SPC가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용인을 요청함에 따라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지자체들도 즉각 반발에 나섰다. 충남도의회와 천안시의회 등은 수도권 공장 총량제에 어긋난다고 지적하며 국가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을 지향하는 현 정부의 기조에 정면으로 역행하고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서울=백승목 기자 sm100@cctoday.co.kr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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