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SK하이닉스 사상최대 투자유치 환영”
반도체산업타운 박차 … 1조 3000억원 국비 요청
짜여진 ‘각본’·수도권 규제완화 비판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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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가 반도체클러스터 용인시 조성 계획을 밝힌 21일 이장섭 충북도 정무부지사가 충북도청에서 충북도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김항섭 청주부시장. 충북도 제공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SK하이닉스 반도체클러스터로 경기 용인이 최종 결정됐다. 이와함께 SK하이닉스는 청주에 향후 10년간 35조원 투자를 기반으로 '낸드플래시 클러스터'를 조성키로 했다. 충북도는 이를 바탕으로 반도체융복합산업타운 조성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21일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지로 경기 용인의 원산면 일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주에 10년간 35조원을 투자해 지난해부터 청주에서 가동 중인 M15의 낸드플래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특히 청주 신규공장 건설을 위한 토지구입 양해각서(MOU) 및 분양 계약을 도, 청주시와 다음달 체결할 예정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이같은 계획안을 정부에 전달하고 '용인입지 확정'을 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전날 2028년까지 120조원이 투자되는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조성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인 ㈜용인일반산업단지를 통해 용인시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충북과 경기권에 걸쳐 '반도체 삼각축'이 조성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청주를 낸드플래시 중심 생산기지로, 이천은 본사기능과 연구개발(R&D)의 허브 역할을 각각 맡기고, 용인은 D램·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 및 반도체 상생 생태계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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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분권 전국연대는 21일 정부세종청사 산업자원부 정문앞에서 수도권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충북균형발전지방분권센터 제공
이에 대해 충북도와 청주시는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약 41만평 규모의 청주 낸드플래시 거점육성안에 대해 환영입장을 밝혔다.

이장섭 정무부지사는 기자회견에서 "도정사에서 단일규모로는 사상최대의 투자유치"라며 "진천·음성을 포함한 충북혁신융복합단지에 반도체 소재·장비 업체를 집중 유치해 반도체산업 종합플랫폼으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도는 이달 중으로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위해 국비 1조 3000억원을 정부에 요청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청주시 김항섭 부시장이 배석했다. 다만 이 부지사는 "수도권 내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는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아쉬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35조원 투자에 대한 명문화가 필요하다'고 하자 이 부지사는 "3월에 토지구입 양해각서를 교환할 때 투자 협약식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를 확정할 때 낸드플래시 거점육성안도 동시에 발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그동안 도와 시, 시민사회단체 등은 정부와 SK하이닉스를 향해 국가균형발전을 기저에 깔고 청주나 음성혁신도시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주·음성혁신도시, 경북 구미, 경기 용인·이천, 충남 천안·아산 등이 치열한 유치전을 벌여왔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짜여진 각본'이 순차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불거진 용인 사전 낙점설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19년도 업무계획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용인에 조성한다는 계획이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고, 이에 대해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 간사인 박덕흠 의원(자유한국당·보은옥천영동괴산)은 충청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기업이 거금을 투자할 때는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다. 정부와 신호를 주고 받은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용인 입지를 통해 첫 수도권규제완화의 신호탄이 쏘아올려진 점을 지적하며 수도권 과밀집중이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충북도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용인 입지는 국가균형발전을 저해하는 장애요소가 될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고, 지방분권연대는 "수도권규제정책이 무력화돼 정부가 발표한 예타면제 사업 및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 추진이 제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는 이 부지사를 위원장으로 한 합동 TF팀을 구성해 SK하이닉스의 35조원 투자를 구체화하면서 반도체융복합산업타운 조성 연구용역을 7월 중 마무리 짓고 8월 종합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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