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하게 될 '반도체 클러스터'가 경기 용인에 들어서게 될 것으로 보이자 경쟁에 뛰어들었던 비수도권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 중인 SK하이닉스가 후보지로 용인시 원삼면 일대 부지를 용인시에 공식 요청했다. 용인 지역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수도권 공장총량제에 묶여 있으므로 공장이 들어 설 수 없다. 하지만 정부는 수도권정비위원회를 열어 검토 작업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한다. 특별물량공급 방식으로 SK 측의 요청을 받아들일 개연성이 크다. 비수도권이 반발하는 건 당연하다.

SK건설이 주축이 돼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인 ㈜용인일반산업단지가 클러스터 부지를 용인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소문은 진즉부터 나왔다. 막상 그게 현실화되자 후보지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던 충남 천안을 비롯해 경북 구미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충북 청주는 아쉬움을 표명하면서도 향후 SK측의 청주 투자계획에 대해서는 환영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SK측의 투자의향서가 일단 접수된 이상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의 입장이 초미의 관심사다.

만일 수도권정비위원회에서 이를 승인할 경우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수도권 규제완화 사례로 기록될 판이다. 지방분권 및 국토균형발전 정책을 유달리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풀어버린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그럴 경우 특별물량 배정방식으로 공장총량제를 무력화시켰다는 책임론이 비수도권으로부터 제기될 것이다. 2006년 노무현 정부가 경기 파주에 LG디스플레이 공장 신축 공장을 허용해준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대규모 국가산업단지 조성 프로젝트다. SK하이닉스와 부품업체 50여 개사가 입주함으로써 1만여 명 이상의 고용창출 등 경제·사회적 파급효과가 막대하다. 수도권에서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앞세워 주장하는 수도권 규제 완화론은 필경 수도권 집중으로 이어지게 돼 있다. 빗장 풀린 수도권 정책으로 지방의 초토화를 가중시킬 건가. 정부의 최종 판단을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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