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식 충북본사 취재부장

한달여 간 새마을금고 문제를 취재했다. 시작은 간단한 제보였다. 청주의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의 욕심이 과하다는 내용이었다. 이사장만 20년을 한 후 임기종료를 앞두고 기존에 없던 상근이사를 만들고 본인이 상근이사를 하려 한다는게 제보의 골자다.

첫 번째 기사가 나간 후 제보가 이어졌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와 ‘거기만 문제가 아니다’라는 내용이 주 였다. 들어오는 제보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확인된 내용은 기사로 나갔다. 취재의 영역을 벗어난 부분도 있었다. 제보의 내용은 달라도 공통점이 있었다. 새마을금고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한다는 점과 타인의 감정을 배려치 않는 갑절이 일상이었다는 부분이다.

이 이사장의 말바꾸기도 꾸준했다. 기자와 통화한 내용과 행동은 항상 반대였다. “상근이사는 나와 상관없는 자리”라더니 이사회에서 상근이사로 추대됐다. “본인이 참석치 않은 이사회에서 의지와 상관없이 추대했다”며 “앞으로 지켜보면 알 것”이라더니 적극적으로 자신이 미는 이사장 후보와 본인의 상근이사 지지를 부탁하고 다녔다. 기자에게 부인으로 일관했던 걸 보면 본인도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인식한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청주의 또 다른 새마을금고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례적으로 ‘현직불패’의 철옹성을 깨고 새 이사장이 선출됐는데 선거가 무효가 됐다. 이 새마을금고 선거관리위원회는 현 이사장이 구성했다. 선수와 심판이 한 팀으로 뛰었다. 공정한 게임이 될 수가 없다. 이 새마을금고의 사례는 앞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현직 이사장이 선거인 명부로 꼼수를 부려 본인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그냥 넘기고, 패배하면 이를 빌미로 선거무효를 선언하는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

취재가 진행되며 가장 어이없던 부분은 ‘자신만의 왕국’을 구축한 이사장들을 감시·견제할 장치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었다. 금융기관임에도 금융위원회의 감독을 받지 않는다. 중앙회의 감독은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이어지는 취재에 대한 새마을금고중앙회 충북지역본부의 답변은 “문제제기가 없으면 알 수 없다”로 한결 같았다. 행정안전부의 위임을 위탁받아 설립인가를 내주는 청주시도 “할 수 있는게 없다”가 끝이다. 오죽하면 ‘신의 금고지기’로 불리겠는가.

새마을금고는 1963년 향토개발사업으로 태동했다. 회원들의 상부상조를 통해 경제적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새마을금고는 새마을운동과 함께 우리 주변에 자리잡았다. 새마을금고의 금융기능은 시대의 변화에 맞게 진화하고 있지만 구성원 및 운영시스템은 새마을운동 시절에서 머물러 있다.

시대에 맞게 새마을금고를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대의원을 장악한 이사장의 기득권은 쉽사리 변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미 일부 새마을금고는 자정능력을 잃었다는 평가도 맞다. 이미 상처는 곪을대로 곪아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스스로의 건강을 회복할 수 없다면 외과 수술이 답이다.

답은 간단하다. 체육관 선거 시대는 1980년으로 막을 내렸다. 회원들의 직선제를 통해 민주적인 새마을금고를 만들어야 한다. 명확한 감시 체계를 통해 이사장의 사유화를 막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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