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실태 정기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공공기관 전반에 채용비리가 얼마나 만연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 3개월간 실시한 조사 결과 무려 182건의 채용비리가 드러났다. 당국은 이중 부당청탁이나 친인척 특혜 비리 혐의가 짙은 36건에 대해 수사의뢰하고, 채용 과정상 중대 과실 등이 있는 146건은 징계·문책을 요구키로 했다. 충청지역 공공기관 중에도 수사의뢰 대상 기관이 다수 포함돼 있다.

범정부 차원에서 최초로 1200여개나 되는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채용실태를 들여다봤다는 데 의미가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불법행위와 친인척 특혜 채용 비리가 무더기 적발됐다. 자격 미달자를 합격처리하는가 하면, 합격자 추천순위를 조작하기도 했다. 말로만 나돌던 비리유형이 사실도 드러난 것이다. 게다가 특별점검 기간에도 채용비리가 은밀히 진행됐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수사의뢰 36건 중 11건이 특별점검 이후에 발생한 것이다.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취업에 열중하는 구직자의 입사 기회를 박탈하는 반사회적 범죄에 다름 아니다. 바늘구멍 취업문을 뚫기 위해 도서관에서 밤을 지새우는 구직자들을 생각한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채용비리에 간여한 직원은 일벌백계함으로써 공정한 채용문화를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부정합격자는 즉각 제재하고, 채용비리 피해자는 구제해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줘야겠다.

보다 강력한 채용비리 근절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별점검 기간 중에도 채용비리가 은밀히 진행될 정도로 그 뿌리가 깊다. 채용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비리가 싹틀 소지가 있다. 채용기관의 과도한 재량이나 모호한 기준은 정비해야 한다. 공신력 있는 외부 전문기관에 채용을 위탁하는 방안도 있다. 채용비리는 내부고발이 아니면 적발해내기가 쉽지 않다. 익명제보 시스템을 잘 갖추면 내부고발도 활성화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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