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용언 기자] 청주시 내수 초정리는 ‘약수’로 유명하다. 초정(椒井)이라는 지명도 ‘산초처럼 톡 쏘는 물이 나는 우물’이란 뜻이다. 역사적으로도 ‘동국여지승람’과 ‘조선왕조실록’에 세종과 세조가 눈병·피부병을 이곳에서 다스렸다는 기록이 있다.

빼어난 효능에 역사적 사실까지 얹어지면서 수십여 년 전 초정은 매일 수십 대의 관광버스가 들락날락했다. 하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열흘 붉은 꽃은 없다). ‘물 노다지’를 꿈꾼 사람들이 몰려 논밭을 가리지 않고 땅을 파대는 바람에 지하수 고갈과 오염 등의 상처만 남았다.

청주시와의 행정구역 통합 이전 옛 청원군은 휴양형 관광호텔을 지었다가 민간업체의 부도로 빚만 잔뜩 떠안았다. 초정의 잿빛 과거다.

청원군과의 통합 후 청주시는 초정 살리기에 적극적이다. 세종대왕이 초정에 머문 역사적 가치를 계승코자 총사업비 155억원을 투입해 지난 2014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세종대왕 행궁조성 사업이 올해 11월 준공된다. 초정의 현 주소를 실감하면서 느꼈던 지역 주민들의 무기력감을 떨쳐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과거 추진했던 무수한 개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걸 감안하면 상전벽해 수준의 변화다. 이런 이유로 아직 확정적이진 않지만 정부의 ‘지역발전투자협약 시범사업’에 거는 기대가 커진다.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공모하는 이 시범사업에 청주시가 도전장을 던졌다. 초정약수를 기반으로 한 가칭 ‘초정 치유문화마을 조성’이 핵심이다. 초정약수를 활용해 치유, 힐링 관광마을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국 지자체가 내놓은 28개의 사업계획 중 초정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란 점과 지역 발전 역량을 찾는 혁신이 담겼기 때문이다. 이르면 정부는 4월께 10개 내외의 사업을 최종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서면심사와 현장실사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탓에 초정이 선택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낙관은 이르다.

김용언·충북본사 취재부 whenikiss@cctoday.co.kr

깊은 샘에서 물을 퍼 올리기 위해선 ‘마중물’이 필요하다. 초정 활성화가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가져오기엔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러기에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정부 공모 선정이 최고의 시나리오일 수 있지만, 꼭 아니어도 된다.

초정을 바라보는 청주시의 혁신적 시각이 국가 아젠다로 제시된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할 수 있길 바란다.

청주 나아가 충북의 발전을 선도하는 것 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바라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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