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갑 대전 중구청장

입춘이 지나니 햇살이 한결 따뜻하다. 이제 곧 봄이 오면 겨우내 얼어 있던 대지는 새싹을 틔워서 초록의 옷으로 갈아입게 된다. 이러한 자연의 섭리처럼 우리 인생도 십대 후반에서 20대까지의 시기를 청춘이라 부른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이 글은 민태원 선생이 쓴 ‘청춘예찬’이라는 수필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글은 일제 강점기에 조선의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 쓴 글로 해방 이후 중고교의 교과서에 실리며 많은 젊은이들에게 감동을 준 수필이다.

민태원 선생은 이 수필에서 청춘은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이라고 했다. 이 글이 쓰이기 약 10여 년 전인 1919년 서울에서 3·1 만세운동이 시작돼 그로부터 약 3개월 동안 일본의 식민통치를 반대하는 만세운동이 전국으로 확산 됐다.

3·1운동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저항해 일제 강점기에 나타난 최대 규모의 민족운동이었으며,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승국의 식민지에서 최초로 일어난 대규모 독립운동이기도 하다. 이 운동의 시작과 확산에 조선의 학생과 청년들이 크나큰 기여를 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3·1운동이 일어나기 전 일본 도쿄에서는 당시 조선인 유학생 수백여 명이 모여 조선의 독립을 요구하는 2·8 만세운동을 벌였으며 서울에서 일어난 3·1운동이 지방으로 확산되기까지 수많은 학생들과 청년들이 주축이 돼 만세 운동을 전개했다. 특히 당시 학생들은 독립청원이라는 대외의존적인 태도를 지녔던 민족대표들과는 달리 민족의 주체역량으로 독립을 쟁취할 것을 주장했다. 민족대표 33인이 있었지만 3·1운동의 실질적 주인공은 바로 청춘으로 지칭되는 어린 학생들과 청년들이었던 것이다.

기성세대로서 그리고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지금 우리 청춘들의 삶의 고단함에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든다. 하지만 필자가 현대의 한국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아무리 어려워도 결코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이 땅의 청춘들은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용기를 내어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지금의 경제위기가 당시 나라를 잃어버리고 식민 지배를 받던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없다. 100년 전 청춘들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독립을 꿈꾸며 일어섰듯이 지금의 청춘들도 꿈과 희망을 버리지 말고 100년 후 지금보다 더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청춘은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마침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가 마련된다는 소식이 들려 다행이라 생각한다. 우리 중구도 옛 충남도청 뒷길에서 대전국학원 주관으로 100년 전 그날을 기념하는 뜻깊은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이 땅에 울려 퍼진 청춘들의 뜨거운 함성을 기억하며 우리 다함께 만세삼창에 동참해 보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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