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걸순 충북대학교 사학과 교수
논설 2건·한시 1건… 학계 주목 … 또 다른 필명 ‘연단’ 알 수 있어
“北, 단재 공산주의 비판 고의 삭제, 南사업회 전집, 일부 표현 잘못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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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단재 신채호(1880∼1936)가 쓴 친필 논설 2건과 한시 1건이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이 사료들은 그동안 출간된 신채호의 활자본 자료집에 적지 않은 오류가 있음을 알려주는 근거라는 점에서 학계의 시선을 끌 것으로 보인다.

박걸순 충북대 사학과 교수는 평양 인민대학습당이 보관하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유출된 신채호 유고 논설 '나의 일, 이, 삼, 사, 오, 육, 칠'과 '문예계 청년의 참고를 구(求)', 한시 '무제'(無題)를 26일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월례연구발표회에서 공개한다고 19일 밝혔다.

'나의 일, 이, 삼, 사, 오, 육, 칠'은 1925년 '북경조선유학생회'가 기관지 '도두'(渡頭)를 창간하면서 원고를 부탁하자 단재가 쓴 글이다. 분량은 3쪽이며, 미완 상태다. 한시 '무제'는 이 논설의 끝에 수록됐다.

박 교수는 "논설은 짧고 글이 완성되지 않아 구체적 내용은 알 수 없고, 도두 창간호도 남아 있지 않아 수록 여부도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단재가 또 다른 필명인 '연단'(練丹)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시 '무제'는 국문학계에서 단재 한시의 중요한 저작으로 평가하면서도 정확한 출처를 몰랐다"며 "친필 유고와 북한이 1966년 간행한 신채호 저작집 '룡과 룡의 대격전'을 비교한 결과, 저작집에서 여러 오류가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논설 '문예계 청년의 참고를 구'는 14쪽 분량이며, 1923년 무렵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단재가 3·1운동을 평가하고 문예계 청년들에게 각성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박 교수는 이 논설에서 북한이 의도적으로 단재 저작을 왜곡했음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원전에는 '십년 전에 돌아다니는 지사는 모두 애국자러니 금일은 모두 공산당이며 십년 전에 배우려는 청년은 거의 병학(兵學)이러니 금일은 거의 문학(文學)이로다'라고 기록됐으나, 북한이 펴낸 저작집에는 '금일은 모두 공산당'이라는 구절이 삭제됐다. 박 교수는 "북한 학자들은 공산주의에 대한 단재의 비판을 고의로 삭제했다"며 "단재 사상을 논의할 수 있는 중요 사료를 인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남한의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가 1975년 '개정판단재신채호전집'을 출간할 때 북한 저작집을 참고하면서 이 논설의 경의(驚疑)라는 표현을 경외로 잘못 기술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1980년대 북한에서 공부한 김병민 전 연변대 총장이 단재가 남긴 문학 관련 유고를 직접 열람하고 1993년 전집을 간행했는데, 이 책에서도 어려운 한자는 공란으로 두거나 잘못 읽은 사례가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재는 글쓰기에 엄격해 다른 사람이 단 한 글자라도 손을 대면 추상같이 화를 냈는데, 남과 북의 후손은 물론 중국 학자까지 그의 원전을 훼손하고 왜곡했다"며 "평양에 있던 단재 신채호 자료들이 유출돼 남한과 중국에서 떠돌고 있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사진으로 '꿈하늘', '일목대왕의 철퇴', '일이승' 같은 신채호 저작의 원본을 봤다면서 "단재의 순국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는데, 지금이라도 남북이 단재 전집 공동 편찬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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