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GV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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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도 괜찮아"…현실적 고민 담아낸 '어쩌다, 결혼'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걸까. 많은 청춘남녀의 공통된 고민이다. 결혼을 안 하려고 결심했더니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뭇 영화와 드라마 속 남녀들은 의기투합해 계약 결혼을 모의한다.

영화 '어쩌다, 결혼'은 이처럼 전형적인 줄거리를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재벌 2세 성석(김동욱 분)과 전직 육상선수 해주(고성희)는 각자의 이유로 계약 결혼에 합의한다. 성석은 재산을 물려받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기 위해, 해주는 엄마와 세 오빠의 결혼 압박에서 벗어나 나만의 인생을 찾기 위해서다. 둘은 각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딱 3년간만 결혼하는 척하기로 하는데, 두 사람의 결혼 준비가 진행될수록 방해꾼은 늘어가고 일은 꼬여만 간다.

제목과 플롯 모두 로맨틱 코미디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실제 이 영화는 가짜 결혼을 둘러싼 한바탕 소동을 다룬다. 절정 부분에 달하는 웨딩 파티 장면은 잘 짜인 희극 한 편을 보는 것 같다.


계약 결혼을 소재로 한 다른 작품들이 결국 진정한 사랑에 빠지는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리는 데 반해 '어쩌다, 결혼' 속 성석과 해주 사이에서 애정은 전혀 감지할 수 없다. 둘은 티격태격하지만, 그것이 로맨스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대신 길지 않은 상영시간 동안 결혼에 대한 현시대 젊은이들의 고민을 보여주는데 충실하다. 모두가 하는 흔한 고민이지만 답은 없다. 계약 결혼일지라도 주인공들은 실제 결혼의 번거롭고 어려운 절차들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치밀하게 준비되지 못한 계약 결혼은 당연히 들킬 수밖에 없다. 성공하지 못한 이 계획의 결말은 통속적인 로맨스 대신 우정에 가까운 감정으로 서로를 응원하는 두 남녀 주인공이 채운다. 결혼에 얽매이지 않게 되는 성석과 해주를 통해 같은 처지의 관객들은 일말의 위안을 얻는다. 주인공들이 듣게 되는 "느려도 괜찮다"는 위로는 관객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시나리오는 박호찬, 박수진 두 남녀 감독이 함께 썼다. 특히 성석과 해주가 함께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서로 극 중 인물이 돼서 대사를 주고받으며 대본을 써 내려갔다고 한다. 이를 통해 현실에 있을법한 남녀의 현실적인 대사들이 완성됐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극을 풍성하게 만드는 조연과 특별출연 배우들이다. 남녀 주인공의 친구로 등장하는 황보라, 김의성뿐 아니라 임예진, 염정아, 조우진, 김선영, 유승목, 이준혁 등은 많지 않은 분량에도 존재감을 뽐낸다. 정우성과 이정재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성추행·성폭행 의혹을 받아 활동을 중단한 배우 최일화도 성석의 아버지 역할로 등장한다.

이에 대해 제작사 BA엔터테인먼트는 "'어쩌다, 결혼'은 2017년 9월 중순부터 약 한 달 동안 촬영된 저예산 영화다. 당시에는 최일화 씨 미투 문제가 전혀 대두되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해당 배우의 출연 분량을 완전히 편집하거나 재촬영하지 못한 채 개봉하게 돼 안타깝고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제작진은 할 수 있는 선까지 최 씨 분량을 최대한 편집했으나 이야기 전개에 지장을 주는 장면까지는 편집하지 못했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당사의 결정으로 상처받았을 모든 분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투 피해자분들의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지만, 재촬영 외에는 뚜렷한 해답이 없었다. 그러나 재촬영은 여건상 불가능했다"며 "이 영화 개봉이 최일화 씨의 복귀나 활동 재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오는 27일 개봉. 12세 관람가.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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