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24시간 미운영 증가세…커피·패스트푸드 업계도 비슷
"경기 어려워 심야 매출 주는데 최저임금 인상에 야간수당까지…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대전 서구 탄방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모(48) 씨는 최근 24시간 영업을 포기하고 자정부터 다음 날 아침 5시까지 가게 문을 닫기로 했다. 2년 전 24시간 점포를 열었으나 1년을 버티지 못하고 19시간만 여는 점포로 계약을 변경했다. 24시간 영업은 고객과 회사의 약속이기 때문에 최대한 심야영업을 유지하도록 노력했지만, 최저임금 상승으로 밤늦게까지 영업하면 남는 게 없어 포기했다. 박 씨는 “주택가 특성상 새벽 시간대 매출이 크지 않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가며 그 시간에 가게문을 여는 게 오히려 손해”라며 “심야영업을 중단하면 본사와 수익 배분율도 더 떨어지고, 전기세 지원도 줄어들지만 결국 문을 닫고 지원을 덜 받는 게 이득이라 심야영업을 포기하기로 했다”며 씁쓸해했다.

대전지역 상점들이 새벽에도 불을 환하게 켜 놓고 영업을 하는 모습을 점점 더 보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계속되는 불경기와 최저임금 인상 등이 겹치면서 이윤이 나지 않는 24시간 영업을 포기하는 상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U의 24시간 미운영 점포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19%까지 올라갔다. 2017년보다 3%, 2016년에 비하면 10%대 초반에서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GS25(13.6%), 세븐일레븐(17.6%) 등도 10%를 훌쩍 넘겼다.

편의점.jpg
▲ ⓒ연합뉴스
이마트24도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는 점포 비율은 2016년 65.4%, 2017년 68.2%, 지난해 77.1%에 달했다. 신규 점포의 약 90%가 24시간 영업을 포기했다. 편의점이 24시간 영업을 포기하면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객들이 야간에 상비약 구매와 현금인출기를 이용할 수 없어 불편을 겪기 때문이다.

그나마 아직 24시간 영업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편의점 점포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고민이 많다. 사실상 24시간 영업을 할 시에만 본사에서 지원되는 ‘전기료 혜택’ 때문이라는 게 점주들의 주장이다.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 업계 상황도 비슷하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탐앤탐스의 24시간 영업점은 지난해 12월 기준 94개로, 2017년(100개)에 비해 6개 줄어들었다. 롯데리아도 24시간 영업점포 수가 지난해 12월 기준 134개로 2017년(172개)에 비해 확 줄어들었다.

실제로 동구의 한 카페는 최근 현수막을 내걸고 점포 사정으로 기존 24시간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 50분까지만 영업을 한다고 알렸다. 대학가 상점들도 비슷한 실정이다. 한남대 일대에는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는 술집과 식당들이 사라지고 있다. 일부 상점들은 학생들이 몰리는 대학교 입학·개강시즌과 시험 기간 등에 유동적으로 연장 영업을 하는 상황이다.

한 상점 점주는 “경기가 어려운 탓에 심야 매출이 줄었다”면서 “심야에는 오른 최저임금에 야간수당까지 지급해야 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