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각 대전시건축사회장

요즘 꼬막비빔밥이 유행이다. 싱싱한 꼬막을 삶아 맛갈난 양념에 무쳐 밥에 비벼먹는, 비교적 단순한 레시피인데 작은 식당부터 체인점은 물론 대형마트에서도 절찬리에 판매중이다.

가성비를 중요시 여기는 필자는 농수산시장에서 3㎏의 꼬막을 사서 해감 후 삶아 살을 다 발라내고 양념장에 무친 다음 밥반, 꼬막반 넣어 쓱싹 한그릇을 비웠다. 집 밥이 최고이긴 하지만 바쁜 현대인에게 시장에 가고, 해감 후 삶아 살을 바르고, 양념장을 만드는 과정이 심리적으로 불편한 것에 기인한 새로운 기획력의 성공이라 생각한다.

모든 사업에는 기획(企劃)이 필요하다. 꾀할 기, 그을 획으로 '일을 꾀하여 계획한다'는 의미대로 모든 일의 가장 기초가 되는 단계이면서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 성공적인 기획을 하기 위해서는 목표의 방향성, 새로운 아이디어, 명확한 결과가 있어야 한다. 정확한 목표는 다양한 의견과 돌발적 상황에서 의견 조율의 효율성을 높이고 분명한 주제를 가지고 방안을 찾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진다. 그렇지 않으면 목표에서 벗어나게 되고 결과적으로 치명적인 실수나 오류를 내포하게 된다. 목표가 분명해졌다면 본격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해야 한다. 좋은 아이디어는 추후 사용자나 이용자의 기대치를 예측하고 새로운 변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물론 발생할 문제에 대한 인식도 공유하여 해결방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정확한 목표를 가진 사업의 명확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것이다.

건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조그마한 주택부터 대규모 빌딩이나 공동주택, 관에서 주도하는 공공건축물까지 기획의 단계는 항상 존재하고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 미리 사업검토 과정을 통해 필요면적과 예산정도만을 책정한 후 사업을 시작하기가 일쑤이다. 모연구원에서 연구소 증축 사업검토 요청이 있어 이미 전문 컨설팅업체로부터 작성된 시설규모 검토서를 보고 그간의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은 사업기획에는 전문가일지 몰라도 시설에 대해서는 무지했고 연구소에서 제공한 각 실별 요구면적만 가지고 사업성을 검토했기에 추후 이 사업이 발주되면 공사비가 부족하거나 규모를 줄여야 하는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이었다. 기획단계에서의 전문가 누락의 오류이다.

정부는 올 해 생활SOC 관련 10대 투자분야에 8조 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 한다. 문화시설, 생활체육시설, 지역 관광 인프라, 도시재생, 농어촌 생활여건 개선, 스마트 영농, 노후산단 재생 및 스마트공장, 복지시설 기능보강, 생활안전 인프라, 미세먼지 대응, 신재생 에너지 등이 그 대상이다. 이 사업과 관련한 사용자인 국민과 각 분야의 전문가와의 충분한 협의와 아이디어 도출 단계를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한다. 기존의 방식대로 진행한다면 결국 앞으로 달려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하게 될 것이다. 모두가 인정하는 그런 기획력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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