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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엔디컷 우송대 총장

지난해 이맘때 세계 4대 테니스대회 중의 하나인 호주오픈에서 4강까지 오르며 주목을 받았던 정현 선수를 기억할 것이다. 그의 무서운 집중력과 정신력을 칭송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의 상처투성이인 발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집이 터져 속살이 보일 정도였던 발바닥으로 경기에 임했던 그에게 많은 사람들은 감동을 받았다. 그의 발은 발레리나 강수진, 축구선수 박지성에 이어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새겨졌다.

올해 호주오픈에서는 아시아선수로는 최초로 단식 세계 1위를 차지한 오사카 나오미가 스타로 떠올랐다. 22살의 어린 나이임에도 표정변화가 거의 없는 조용하고 냉철한 플레이와 그녀가 구사하는 강력한 포핸드와 백핸드 스트로크는 필자에게 무척 인상적이었다. 두 선수의 공통점은 서양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 체력과 함께 놀라울 정도의 침착함, 집중력이라고 생각한다. 테니스코트가 이 세상의 전부이며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바로 공뿐이라는 집중력 말이다.

대학의 졸업식이 다가온다. 필자는 졸업을 맞이하는 학생들에게 어떤 축하의 말을 해줘야하는지 며칠간 문장을 고르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 고향집에 방문했을 때는 스물셋, 스물다섯, 스물일곱이 된 손주들을 만났다-그 중 Nick은 한국 두산그룹의 자회사인 Bob Cat에 입사해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어느새 자라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손주들에게 "이제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를 잡는구나. 더 이상 장난감 사줄 일도 없겠다"고 농담을 건네며 이제부터가 너희 인생의 중요한 시간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는 우리 학생들과 손주들을 보니 그 나이 즈음의 필자가 떠오르며 잘 할 수 있다고 어깨를 두드려주며 용기를 북돋워 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들에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저자이자 경영관리와 리더십 분야의 권위자인 켄 블랜차드의 말을 전해주고 싶다.

"테니스 경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점수판이 아니라 공을 보며 뛰어야한다." 이제 인생의 새로운 한 장을 넘기는 그들에게 점수판만 주시할 것이 아니라 끝까지 공에 시선을 떼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과정이 없는 결과는 없다는 마음으로 결과만 생각하지 말고 모든 과정에 최선을 다하며 한 걸음씩 목표를 향해 나아가라고 말이다.

얼마 전 읽은 에이모 토울스의 소설 '모스크바의 신사'는 필자에게 아주 큰 영감을 주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백작은 1917년 러시아혁명 이후 1922년부터 32년 동한 한 호텔에 감금된 채 살아간다. 스위트룸에서 비좁은 하인 다락방으로 옮겨 백작으로서의 모든 특혜를 빼앗겼지만 그 어떤 절망과 무기력조차도 그를 망가뜨리지 못한다. '인간이 자신의 환경을 지배하지 못하면 환경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과 '가장 현명한 자세는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는 것'이라는 몽테뉴의 격언. 이 두 가지로 백작은 자신의 삶과 주변을 썩 훌륭하게 이끌어 간다. 호텔 안에서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되고 사랑도 하고 평화롭게 살아가간다. 우아함과 선함을 유지하며 감옥과도 같은 생활에서 재미와 보람, 삶의 다채로움과 즐거움이 늘 자신의 곁에 머물도록 한다.

사람들은 종종 착각을 한다. 별은 밤에 갑자기 떠오르는 것으로 여긴다. 그 별을 볼 생각도 없고 발견하는 눈도 없으면서 자신의 인생은 늘 어둠만 가득하다고 자책하거나 불평만 늘어놓는다. 하지만 별은 늘 그 자리에 있다. 지구가 도는 것이다.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진리나 성공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가장 큰 별은 언제나 하늘에 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그것을 발견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와 집중, 더 잘 보이는 곳으로 움직이는 적극적 행동이 있을 때만 그 별은 우리 머리위에서 가장 밝게 빛날 것이다. 긍정적인 자세로 주변의 환경에 지배당하지 말고 지배하는 사람으로 테니스경기장의 공에 집중하듯 열심히 뛰면 여러분만의 별을 반드시 발견할 것이다. 새로운 출발을 하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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