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원류로는 1500년 전 웅진(공주)백제와 사비(부여)시대의 백제문화를 꼽을 수 있다. 그만큼 당대의 백제문화의 우수성은 압권이었다. 충청인의 자긍심을 한껏 고취시켜왔던 백제문화제가 충남의 대표축제 더 나아가서는 국제축제로 격상시켜야 할 명분은 충분하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급기야는 부여군이 (재)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추진위) 해산을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추진위 역할론 부재에 대한 부여군의 반발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비친다. 축제에 공동 참여하고 있는 공주·부여 양 지자체간 의견을 조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여군이 제안한 격년제 개최 방식에 대해 추진위가 오히려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다면 예삿일이 아니다. 백제문화제 추진 주체를 아예 해산하자는 건 초고강수가 아닐 수 없다. 정작 여기에서 간과해선 안 될 것은 따로 있다. 백제문화제 프로그램의 질이 하향 평준화되고 있어서다.

백제문화를 선양한다는 당초 목적 보다는 특색 없는 이벤트 위주의 선정적 축제로 변질되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터였다. 또 재정, 운영 조직 구성을 비롯해 필수 협의 사안도 결국은 공주-부여간의 소지역주의로 변질됐다는 점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차기 5대 추진위원장 선출을 둘러싼 양 지역의 힘겨루기를 빼놓을 수 없다. 갈등사례가 한둘 아니고 그 역사도 깊다. 이미 한계수위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백제문화제를 원점에서부터 리모델링해야 한다는 지적을 자초하고 있다. 1955년 열악한 형편에서 처음 열렸던 백제문화제가 이제 최악의 국면을 맞았다. 빈약한 프로그램, 안이한 추진위, 상생·공조 정신을 의심받는 공주·부여 등 그 요인이 복합적이다. 문화제 관람객이 예년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한 이유를 꼼꼼하게 살펴보라. 2015년엔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그 위상도 높아졌다. 한국 대표 문화관광축제로 세계 속에 우뚝 서야할 처지다. 새로운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꼬인 매듭부터 풀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주체는 공주·부여, 추진위 더 나아가서는 충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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