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미경 스튜디오N 대표 "같은 세트서 같은 배우로 촬영"

▲ [스튜디오N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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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디오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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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어진 장르 간 경계…영화·드라마 동시 제작까지

권미경 스튜디오N 대표 "같은 세트서 같은 배우로 촬영"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웹툰과 영화, 드라마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웹툰 기반 드라마와 영화가 쏟아져나오고, 드라마와 영화가 서로 외피를 바꿔 입고 재탄생하기도 한다.

두 장르를 동시에 기획·제작하는 새로운 실험도 추진된다. 하나의 콘텐츠로 다양한 부가사업을 진행하는 원소스멀티유즈(OSMU)의 일환이자, 천정부지로 치솟는 제작비 상승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 웹툰·드라마·영화…"따로 또 같이"

최근 안방극장에서는 웹툰 원작 드라마가 대세다. 이동욱·유인나 주연의 tvN 수목극 '진심이 닿다'는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된 웹 소설과 웹툰이 원작이다. 주지훈 주연의 MBC TV 새 월화극 '아이템'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다음 달 말 제대하는 임시완의 복귀작 OCN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등도 웹툰에서 출발했다.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함께' 시리즈는 동명 영화 1, 2편으로 제작돼 총 2천600만 관객을 모았고, 뮤지컬로도 선보였다. 내년에는 드라마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 관계자는 "드라마는 영화와 달리 진기한 변호사가 주인공인 원작 웹툰에 충실해 시나리오를 쓸 것"이라며 "내년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화와 드라마의 이종결합도 활발하다.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 시리즈는 영화 '나쁜 녀석들:더 무비'로 제작된다.

1천200만 관객을 불러모은 화제작 '광해:왕이 된 남자'는 tvN 드라마로 포맷을 바꿔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넷플릭스 드라마로, 안성기·박중훈 주연 영화 '라디오 스타'도 드라마로 리메이크된다.

◇ "같은 세트서 같은 배우로 동시 제작"

스튜디오N은 네이버 인기 웹툰 '비질란테'를 영화와 드라마로 동시 제작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영화· 드라마 동시 제작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이어서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권미경 스튜디오N 대표는 최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은 (제작·배급사 ) 춘추전국시대인 만큼,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하는 게 우리 회사의 의무"라며 "기존 업체가 하지 않던 것, 다른 곳에서는 해볼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하다 보니 매체와 장르 결합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말했다.

'비질란테'(그림 김규삼·글 CRG)는 어린 시절 동네 건달의 손에 어머니를 잃은 경찰대생이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내용을 그린다. 저지른 범죄에 비해 터무니없이 약한 형벌을 받고 풀려난 이들이 그 대상으로, 이를 통해 사법체계의 허점 등을 고발한다. 잔인한 장면이 제법 등장하지만, 실제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에피소드가 녹아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스튜디오N이 구상하는 동시 제작은 영화 '신과함께' 1, 2편의 제작 방식과 유사하다.

권 대표는 "같은 배우들을 기용해 같은 세트에서 드라마와 영화를 동시에 찍는 방식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로 먼저 선보인 뒤 영화로 개봉할지, 아니면 임팩트 있게 영화를 먼저 개봉해 인지도를 높인 뒤 드라마를 방영할지는 결정하지 못했다"면서 "오는 6월 시나리오가 완성되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튜디오N은 지난해 8월 설립된 네이버웹툰의 자회사다. 네이버웹툰이 보유한 지식재산권(IP)이 영상으로 제작될 수 있도록 제작사·방송사 등과 연결하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 스튜디오N은 오리지널 웹툰 2천여편 가운데 '비질란테'를 포함해 '여신강림' '상중하' '타인은 지옥이다' 등 10편을 국내 업체들과 손잡고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우선 제작할 계획이다.

◇ "플랫폼 다변화와 제작비 상승 대처"

장르 간 결합은 플랫폼과 매체의 다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다. 갈수록 콘텐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하나의 콘텐츠로 다양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영화와 드라마 제작비가 치솟는 상황에서 두 장르를 동시 제작하는 시도가 성공할 경우 새로운 제작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본다.

중견 영화제작사 대표는 "두 장르 간 협업은 예상보다 꽤 복잡할 수 있다"면서도 "'신과함께' 1, 2편처럼 모델만 잘 짜서 시작한다면 매력적인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많은 돈을 투입해 세트장을 만들어도 곧 허물어야 하는데, 영화와 드라마를 같이 찍으면 제작비 절감 효과가 있다"면서 "아울러 영화나 드라마로 먼저 인지도를 높인 뒤 나머지 작품을 공개할 경우 마케팅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 그 자체다. 또 매체 특성에 맞게 변주해야 한다. 하나의 장르가 인기를 끌었다고 해서 다른 장르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웹툰 '치즈인더트랩'은 드라마로 큰 호응을 얻었지만, 영화는 흥행하지 못했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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