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에펠탑. 사진=이규식
▲ 이탈리아 피사탑. 사진=이규식
아프리카 국가들 대부분의 국경선은 직선이거나 이에 준하는 형태이다. 유럽 강대국들의 식민지 점령과 통치의 결과로 형성된 곧은 직선에서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슬픈 근현대사가 읽힌다. 이에 반하여 유럽 각국의 국경선은 오밀조밀 들쭉날쭉 극심한 요철 형상을 보인다. 물고 물리며 뺏고 빼앗는 국토 분쟁의 결과일텐데 아무튼 유럽연합(EU)이라는 이름으로 28개국이 이런저런 통합과 교류 속에 살아가고 있다.

역사 배경과 문화, 언어와 사회구조가 다르고 특히 극심한 국력 차이가 나는데 어떻게 한 지붕 28가족의 동거가 가능할까 싶지만 유럽연합 가입을 희망하는 국가가 계속 증가하는 걸 보면 뭔가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영국은 지금 브렉시트 파문을 일으키며 엉거주춤 어정쩡한 상태에 놓여있다. 아예 유로화(貨) 존에 동참하지 않고 파운드화를 고수할 때부터 영국의 다소 소극적인 자세가 읽혔지만 첨예한 국가 간 이해득실 타산의 결과가 이제 하나둘씩 드러나는 조짐이다.

최근 프랑스와 이탈리아 간의 갈등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이탈리아 부총리가 프랑스에 가서 극렬한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노란 조끼' 진영을 찾아 EU의회 선거에서 공조논의 등 우호를 다짐했다는 보도는 눈길을 끈다. 일본 부총리가 우리나라에 와서 반정부시위대 대표를 만나 협조를 약속한 셈인데 프랑스 역시 주 이탈리아 대사를 소환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 향후 추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저마다 속셈이 다르고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선제권을 잡기위한 술수겠지만 유럽연합 주도국간의 이런 불협화음은 미국이라는 강력한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결성된 범 유럽 조직에 균열과 상처를 안길 개연성이 크다. '타협과 실리'라는 유럽 국가들의 오랜 생존 전략 노하우에서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이지만 유럽 여러 나라들의 맞불 작전에서 부터 실사구시 외교전략, 허를 찌르는 분쟁해결 자세 그리고 하나를 주고 하나 또는 그 이상을 얻어내는 노련한 수완은 특히 미·중·러·일 4대 강국과 끊임없는 현안을 떠안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를 준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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