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호 대전본사 편집부장

[충청투데이 노진호 기자] 심수창, 박정진, 배영수, 권혁…. 최근 한화이글스 유니폼을 벗은 선수들이다. 이 가운데 박정진은 프런트로서 독수리 군단에 남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상경했다(심수창 LG트윈스, 배영수·권혁 두산베어스).

한화가 '리빌딩'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심수창과 배영수, 권혁 등은 팀을 떠났고 내부 FA(자유계약)였던 송광민, 이용규, 최진행과도 안정장치를 충분히 마련한 후 비교적 저렴한 혹은 합리적인 가격에서 계약을 체결했다. 또 FA기간이 끝난 송은범의 연봉 삭감에도 성공(?)했다.

물론 한화는 중장기적 리빌딩이 필요한 팀이다. 최근 몇 년간 한화는 투자를 통해 성적을 내려고 했던 대표적인 팀이었다. 해마다 스토브리그 때면 '억'소리 나는 거액을 투자해 FA와 외국인 선수를 데려왔다. 특히나 그런 흐름은 '야신'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면서 더 분명해졌다. 하지만 그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대부분의 팬들이 생각했다면 구단은 더 뼈저리게 느꼈을 런지도 모른다. 많은 돈이 좋은 성적을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인지 지난 시즌 한용덕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한화의 기조도 바뀌었다. 외국인 선수마저 이른바 '육성형' 선수로 데려온 것이다.

한화에게 젊은 선수 육성을 통한 '세대교체'는 선택이 아닌 필수일 것이다. 이 숙제를 미루다가는 또 다시 암흑기에 빠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최근 한화의 움직임에는 우려가 동반된다. 프로스포츠 구단에게 리빌딩은 성적 하락의 핑계가 될 수는 없다. 시즌 시작 전이나 시즌 중 '올해는 팀의 미래를 위해 성적을 포기한다'고 선언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물론 이 선언도 팬들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세대교체와 가을야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면 젊은 선수들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베테랑 선수들의 역할도 필수적이다. 특히나 한화는 최근 신인선수 육성으로 재미를 본 기억이 그다지 없다. 지난해 김민우, 김재영, 서균, 박주홍, 정은원 등이 괜찮은 모습을 보였지만, 가능성을 확인했을 뿐 아직은 의문부호가 남는다. 솔직히 류현진 이후 한화에서 제대로 키운 선수가 (적어도) 필자의 기억에는 없다.

‘신·구조화’라는 숙제를 생각하면 올겨울 한화의 행보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러 베테랑들이 팀을 떠난 결과를 떠나 그 과정에서 팀이 그들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올시즌 후 한화는 정우람, 송은범, 김태균 등이 FA자격을 얻을 예정이며, 이성열, 윤규진 등도 조만간 자유의 몸이 된다. 김태균과 같은 프랜차이즈 스타가 아니라면 과연 이들이 한화에서 자신의 미래를 찾을 수 있을까.

얼마 전 MLB에선 큰 뉴스가 들려왔다. 바로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투수인 마리아노 리베라가 명예의 전당 헌액투표에서 사상 첫 100% 득표율을 기록한 것이다. 그의 화려하고 완벽한 기록보다 필자의 기억에 각인된 것은 은퇴경기다. 절친한 동료이자 팀의 상징인 데릭 지터와 앤디 페티트가 마지막 퇴장을 위해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에 리베라도, 현장의 관중들도, TV를 보던 한국의 시청자들도 울었다.

어떤 선수나 팀이 전설이 되는 것은 성적도 우승트로피도 중요하겠지만 팬들과 함께 공유하는 이야기와 추억이 더욱 더 중요하다. 그것이 스포츠가 갖는 가장 큰 가치이기 때문이다. 혹사 논란까지 불거지며 헌신했던 투수가 결국 팀을 떠나는 것을 보며 씁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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