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일 충남대 교수·자유한국당 대전시당위원장·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

지난 2월 8일, 대전시를 비롯한 충청권 4개 시·도가 ‘2030 아시안게임’ 공동유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전시는 지난 2017년 3월, 많은 시민들의 우려와 격렬한 반대 속에 유치 계획을 접은 바 있다. 하지만 범시민적 공감대의 형성과 철저한 준비도 없이 재유치를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어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2년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충청권 4개시·도가 공동유치한다는 것 뿐이다.

자치단체마다 국제행사를 유치하는 본래 목적은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아래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생산·고용효과 유발, 도시 브랜드 가치 상승 등 각종 파급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남북평화 분위기 조성의 효과가 최근 추가됐다. 특히 국제대회 유치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중앙정부 재정의존도가 높은 자치단체일수록 단체장이 지역민들에게 어필하는 수치로 내세울 수 있다.

물론 자치단체들이 무리해서 국제대회 유치에 열을 올리는 데는 딴 뜻도 있다. 유치에 성공할 경우, 단체장의 치적으로도 삼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즉 단체장들은 자신들의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국제행사를 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결국, 자치단체들이 장기적인 분석도 없이 무분별하게 국제대회 유치 자체에만 혈안이 되다보니 단기 수익창출만 홍보하고 장기적 누적적자 등 사후관리에 소홀한 결과가 나타나 다음 선거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2003년 유니버시아드 대회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 대회를 개최한 대구는 물론 전국이 들썩였던 2002년 월드컵때도 4강 신화에 남은 것이라곤 유지비만 수십억원에 달하는 흉물스런 경기장들 뿐이었다. 2002년 아시안게임을 치른 부산은 말할 것도 없고, 2014년 아시안 게임을 치른 인천은 주경기장 건설과 운영비 지원에 6000억원 이상의 국고가 지원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가 발행한 지방채에 월 20억원에 이르는 이자비용이 발생했을 뿐 아니라 경기장 유지관리 비용에 월평균 수백억원을 소요했다. 인천 아시안 게임의 사후 평가는 무리한 정치적 유치와 빚더미 잔치로 결론이 나면서 지금도 단체장에게 그 책임을 묻고 있다.

삼수 끝에 개최한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지 1년이 되었지만, 올림픽 시설물 사후 운영주체와 비용분담, 실질적인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큰 숙제다. 국제경기만 하면 관광객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개발은 절로 될 것처럼 믿었던 적이 있지만, 개최 이후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대회가 끝나는 순간부터 천문학적 비용이 시설유지 운영비로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전시가 계획하거나 추진한 정책들이 대부분 좌초되거나 무리하다는 비판을 받는데는 공통적이 이유가 있다. 행사준비에서 부터 사후평가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시민들의 참여가 철저히 배제된 결과다. 게다가, 지금 대전시는 신 야구장, 4차산업혁명 특별시 기반조성, 둔산드림파크,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등 엄청난 재정이 소요되는 대규모 사업들이 곧 진행될 예정이어서 과연 이 재정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

다시한번 강조컨대, 대전시가 유치하려는 아시안 게임은 그 타당성과 효과 및 재원조달 방안이 검증되지 않고서는 절대로 추진해서는 안된다. 당장의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지금 힘들다. 반대할 힘도 없다. 더 이상 아시안게임을 반길만큼 한가롭지가 않다. 대전시는 제발 시민들의 먹거리와 일거리 창출에 주력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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