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호 대전 척신경과 원장

가족 중에 치매환자가 한 명만 있어도 온 가족이 비상이 걸린다. 주변에서 연세 드신 분들이 차라리 암에 걸릴망정 치매는 안 걸렸으면 좋겠다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된다. 연세 드신 분들이 가장 걱정하는 치매는 건망증과 비슷한 증상들이 있어서 미리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다. 건망증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계속돼 치매의 전조증상이거나 초기 증상은 아닌가 하는 불안함을 느끼시는 분들도 종종 있다.

건망증은 여러 가지 이유로 뇌에 일시적 과부하가 걸려 잘 생각나지 않거나 잊어버리는 현상이다. 뇌신경의 퇴화로 인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우울증, 불안 증세, 지속적이고 심각한 스트레스 등에 의해 집중력이 저하되고 집중력 저하가 결국 기억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에 전화번호, 이름 등의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저장하고, 암기를 하지 않아 전두엽의 사용빈도가 줄기 때문에 기억력도 떨어지게 되는 경우도 많다. 치매는 예전과 같은 수준의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나타낸다. 정상적인 뇌가 다양한 후천적 원인에 의해 기억력뿐 아니라 언어능력, 판단력 등의 전반적인 인지 기능 및 일상생활 능력의 손상을 보이는 증상을 포괄하는 뜻이다. 쉽게 말해 우리 뇌의 뇌세포가 여러 가지 이유로 급감하는 증상이다. 치매 초기의 경우 일반적인 노화현상으로 오해될 수 있어 진단 시기가 늦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치매와 비슷한 증상으로 경도인지장애도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연령대 대비 기억력이 저하된 상태로 일상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기억장애를 겪는 증상이다. 일반적으로 경도인지장애를 방치할 경우 약 15% 정도가 치매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럼 건망증과 치매의 특징을 비교해보자. 건망증은 어떠한 경험의 일부 중 사소하고 비교적 덜 중요한, 세세한 부분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고, 치매는 경험 자체를 잊거나 중요한 일도 있는 경우가 많다. 건망증은 이렇게 잊어버린 것에 대한 힌트를 주거나, 자연적으로 시간이 흐를 경우 잊어버린 부분이 다시 생각나지만, 치매는 힌트를 주더라도 잘 기억하지 못 한다. 또 나중에도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스스로 자신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건망증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지만, 치매는 초기에 치료하지 못할 경우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단순한 건망증의 경우, 뇌를 많이 사용하는 경우 휴식을, 반대의 경우 적당한 자극을 주어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줘야 한다. 음주와 흡연을 자제하고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는 등의 대처가 필요하다. 치매는 인지 기능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를 포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종류가 다양하다.

그중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퇴행성 질환에 의해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보이는 치매의 종류다. 전체 치매의 원인 중 약 50%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에 발생한 여러 가지 질환으로 인해 뇌조직이 손상돼서 발생하는 치매로 전체의 약 10%를 차지한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질환과 관련이 많다.

치매 초기 증상은 조금 전에 한 말이나 행동을 한 줄 모르고 반복하는 기억력 저하나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언어능력 저하가 있다. 평소 어렵지 않았던 간단한 계산 등을 못하는 계산능력 저하와 평소에 자주 갔었던 곳도 헤매고 길을 잃어버리는 등의 방향감각 저하, 평상시와 달리 고집이 세지거나, 너그러워지는 등의 성격 변화, 욕을 한다거나, 폭력성을 보이는 등의 공격행동이나 이상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다만, 한두 가지에 해당한다고 해서 치매 초기 단계인 것이 아니라 기억력, 언어, 계산, 공간지각 등의 능력 저하와 성격변화 등이 전반적으로 감소해야 치매라고 볼 수 있다.

치매 초기의 증상이라고 의심되는 경우에는 신경과 전문의에게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주로 신경심리검사와 인지 기능검사 등을 통해 환자 분과의 대화나 자극에 대한 반응 등을 살펴보게 된다. 또 혈액검사도 실시하며, 필요할 경우 CT, MRI 촬영을 통해 치매 유무 파악 및 현재 상태에 대한 파악을 한다. 치매가 상당 부분 진행되거나 퇴행성 질환인 경우 치료가 어렵지만, 그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치료가 가능하고 진행을 막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치매를 초기에 발견하면 약물치료, 심리치료 등 비교적 간단한 치료로 증상을 억제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 이후 인지재활치료를 실시해서 전반적으로 감소한 신체능력을 보완하는 능력을 기르는 치료를 할 수 있다.

치매는 초기의 진단과 검진을 통해서 어느 정도 치료할 수 있는 병인 만큼 걱정만 하시지 말고 신경과를 방문해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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