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지방환경청 지난달 17일 적합 통보…업체, 郡 상대 인허가 절차 미뤄

▲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설치 반대하며 삭발하는 괴산군의회 의원들 [괴산군청 제공]
▲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반대 시위 벌이는 괴산주민들 [괴산군청 제공]
괴산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추진 '주춤'…주민반발 부담됐나

원주지방환경청 지난달 17일 적합 통보…업체, 郡 상대 인허가 절차 미뤄

(괴산=연합뉴스) 박종국 기자 = 충북 괴산군에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건립을 추진 중인 업체가 원주지방환경청으로부터 사업계획 적합 통보를 받은 지 한 달가량 지났음에도 군을 상대로 한 인허가 절차 진행을 미루고 있다.

이를 놓고 주민들이 대규모 반대 시위를 벌이고 군의원들이 집단 삭발하는 등 거센 반대 여론에 부담을 느껴 시간벌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0일 괴산군에 따르면 괴산읍 신기리에 의료폐기물 소각시설을 추진하는 A 업체는 아직 군에 '군 관리계획 입안'을 제안하지 않았다.

소각시설 설치를 위해서는 우선 군 관리계획 입안을 제안해야 한다. 군이 이를 수용하면 행정적인 절차를 거쳐 군 관리계획 변경 절차를 거친다.

이런 과정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소각시설 건립을 위한 실시계획 인가 신청 등 인허가 과정을 밟게 된다.

그러나 A 업체는 원주지방환경청이 지난달 17일 이 소각시설 사업계획에 대해 적합하다고 통보한 이후 지금까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인허가가 늦춰질수록 금융 부담이 커지는 점을 고려하면 예상과 다른 행보다.

원주지방환경청이 적합 통보를 하면 발 빠르게 인허가 절차에 나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여는 등 주민들이 예상보다 훨씬 거세게 반발하는 데 부담을 느낀 업체가 반대 여론이 수그러들기를 기다리며 시간벌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원주지방환경청이 적합 통보를 한 이후 괴산 주민들의 반발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지난달 31일 3차 반대 시위에는 주민 500여명이 참가했으며 신동운 의장을 비롯한 남성 군의원 5명 전원이 삭발하며 저지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괴산이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이 지난달 23일 박연재 원주지방환경청장을 만나 적합 통보가 사업을 허용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답변을 받아낸 것도 A 업체로서는 부담이다.


박 청장은 당시 "소각시설 사업계획에 대해 적합 통보하면 3년 이내에 허가 조건을 갖춰 정식 허가 신청을 해야 하는데 괴산군이 환경 오염과 주민 피해 등을 고려해 건축 허가 등을 해주지 않으면 허가 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소각시설 허가를 하는 데 괴산군의 판단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A 업체는 의료폐기물 소각시설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7천700㎡ 규모의 터를 매입해놓은 데다 주민 반대가 사업을 불허할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괴산군은 이 업체가 군 관리계획 입안을 제안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인허가 절차 초기 단계부터 이 소각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이차영 괴산군수는 3차례 열렸던 반대 시위에 모두 참석, 소각시설 불허 방침을 거듭 밝힌 바 있다.

괴산군 관계자는 "주거밀집지역, 공공시설과 인접해 있고 친환경 유기농 산업을 육성하려는 괴산군의 군정 추진 방침과도 어긋나는 시설"이라며 "원주지방환경청이 적합 통보를 했지만, 소각시설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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