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4명중 3명 숨져, 집 곳곳 인화성 물질 발견

▲ 7일 오전 6시37분께 불이 난 충남 천안시 안서동 한 다세대주택 모습.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2~3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천안동남소방서 제공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천안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고령의 부모와 딸 등 3명이 숨지고 30대 아들이 다쳤다. 7일 천안동남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37분경 천안시 동남구 안서동 소재 3층짜리 다가구주택에서 불이 났다. 불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26분 만에 진화됐다.

하지만 이 건물 3층 주택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자는 아버지 홍모(72) 씨와 아내(66), 딸(40) 등이다. 부부는 거실에서, 딸은 안방에서 각각 누운 상태로 발견됐다. 발코니 창문을 통해 구조된 아들(36)은 연기흡입으로 인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아들은 발코니 창문을 깨다 팔에 상처를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이들이 살던 다가구주택은 아버지 홍 씨 소유로, 1~2층은 임대를 줬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부는 평소 아들과 함께 3층에 거주했다. 장애가 있던 딸은 사회복지시설에서 지냈는데 명절을 보내기 위해 집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소방당국은 1차 현장 감식 결과, 방화로 잠정 결론 내렸다. 불이 난 집안 곳곳에서 인화성 물질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거실과 현관 등에서 인화성 물질이 담겼던 것으로 추정되는 2ℓ짜리 페트병 7개가 발견됐다. 페트병 7개 가운데 5개에는 인화성 물질이 담겨 있었으나 빈 통으로 발견됐고, 다른 2개에 담겨 있던 인화성 물질은 거의 사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집안 바닥에는 인화성 물질을 뿌릴 때 생기는 자국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일반적인 화재와 달리 이날 불은 현관과 거실, 안방 등에서 동시에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가 숨진 가족의 소행인지, 병원으로 이송된 아들의 소행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 이송 당시 아들에게서는 술 냄새가 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자들에게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결박한 흔적도 없었고 누운 상태로 발견됐다. 정확한 것은 감식 결과가 나와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사망자들을 부검할 계획이다. 또 아들의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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