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따와나선원 일묵 스님 ‘초기 불교 윤회 이야기’ 출간

연합뉴스
초기불교 가르침을 전하는 제따와나선원을 열어 주목받은 일묵 스님(54·사진)은 서울대 수학과 출신으로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1996년 서울대 불교 동아리 선우회에서 일묵 스님을 포함해 3명이 출가했다. 그를 시작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이 동아리 출신 10여명이 승복을 입었다. 국내 최고 명문대생들의 '집단 출가'는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고 TV 다큐멘터리로 소개되기도 했다.

20여 년 전 일묵 스님을 수행자 길로 이끈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였다. 일묵 스님은 "어느 날 갑자기 당장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왔다"며 "20여년을 열심히 공부했는데 죽음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고 생을 마감할 아무런 준비가 안 됐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숨이 막힐 것 같은 경험을 했다. 진단을 받았다면 공황장애였을지 모른다.

이후 그는 신림동 일대에서 종교와 명상 관련 책을 찾아 섭렵했고, 불교에서 죽음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죽음이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세속 공부를 계속할 의미가 없었어요. 세속에서는 죽음을 가르쳐주지 않으니 종교에 관심을 가졌고, 불교에 진리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로 마음이 가니 더 세속에 있을 이유가 없었죠."

그렇게 그는 성철 스님 제자인 원택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범어사, 봉암사, 미얀마 파욱국제명상센터, 영국 아마라와띠, 프랑스 플럼빌리지 등지에서 수행했다.

그가 최근 펴낸 '일묵 스님이 들려주는 초기불교 윤회 이야기'(불광출판사)는 출가 동기가 된 죽음을 초기불교 윤회의 원리로 설명한 책이다. 스님은 2009년 서울 방배동에 제따와나선원을 연 뒤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제로 법회를 했다. 그 내용을 엮어 2010년 펴낸 자신의 첫 책을 바탕으로 이번 책을 선보였다.

일묵 스님은 "의외로 윤회를 믿지 않는 불자가 많고, 심지어는 유명한 스님마저도 윤회가 없다고 말하더라"며 "그러나 우리가 이생에서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다시 태어나는 삶이 결정된다는 윤회가 없다면 불교 가르침의 핵심인 연기(緣起)와 사성제(四聖諦)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불교의 윤회에 따르면 악업을 지으면 지옥 같은 악처(惡處)에 태어나고, 선업을 지으면 천상 같은 선처(善處)에 태어난다. 그렇다면 윤회를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선행이 의미가 없을까. 스님은 "종교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설혹 윤회가 없더라도 바르게 살면 우리에게 유익하다"고 말했다.

일묵 스님은 지난해 제따와나선원을 강원도 춘천으로 이전했다. 춘천 선원은 국내 사찰과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양식으로 지었다. 부처가 25년을 보냈다는 인도 제따와나(기원정사)를 닮은 형태다. 부처의 원래 모습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이다. 국내에서 초기불교를 내세우며 선원을 일구기까지 어려움도 많았지만, 완전히 새롭게 시작해야 자신의 신념대로 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다. 위기에 처한 한국 불교에 변화의 불씨가 되고자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는 "우리 불교가 과거에 머물러 있고 선(禪)과 깨달음만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부처님의 법(法)을 가르치는 교학과 수행이 어우러진 수행센터가 있으면 한국 불교 발전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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