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길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수석

자동차 전문가인 필자의 지인은 3년전 캘리포니아주에서 안식년을 지내고 왔다. 그에 따르면 당시 대낮에 일반도로를 주행하는 무인자동차를 쉽게 볼 수 있었고 해가 질 무렵이면 수십 대의 무인자동차가 마치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이 구글X 본사에 집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저 신기하게만 볼 수 없었다. 우리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생각해야했기 때문이었다. 기술선진국 미국과 독일은 2017년에 이미 일반도로에서 자율주행자동차의 운행을 허용하는 법 개정을 마무리 한 상태이다. 일본 역시신기술의 적용을 위한 제도적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도로교통에 관한 비엔나협약이 이미 개정돼 협약의 적용을 받는 국가에서 자율주행자동차의 운행이 법적으로 가능하게 됐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위에 자율주행자동차와 무인셔틀버스의 운행 소식이 미국, 독일, 스위스, 네델란드 등 유럽 각지로부터 들려오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발전을 위한 제도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요인의 하나로 자율주행 데이터 축적이 요구되는데 독일 자동차회사 BMW의 CTO Klaus Froehlich는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서는 약 2억㎞의 테스트 주행이 필요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17년말 기준 미국의 자율주행자동차 업체 Waymo, GM 등은 약 천만㎞를 주행한 반면, 우리나라의 업체는 약 20만㎞를 주행했다. 미국의 경우 2017년 9월 연방하원에서 만장일치로 연방 자율주행법(Self Drive Act)을 제정하면서 향후 3년 이내에 10만여대의 고성능자율주행자동차가 기존자동차의 안전기준을 적용받지 않고 운행을 하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는 2017년말 기준 시험운행을 하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가 50여대 미만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평창에서의 현대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 시험주행과 SK, KT 등 통신회사를 중심으로 자율주행차량 시험주행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소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실정이다. 자율주행자동차 규제 관련 기관은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경찰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 부처가 연관돼 있다. 함께 협의하고 고민해야 할 부처가 많고 도로교통법, 자동차관리법, 손해배상보장법 등 개정해야할 법도 많다.

Boston Consulting Group, UBS 등 시장조사기관은 자율주행차의 상용화시기를 반자율주행자동차는 2020~2022년, 완전자율주행자동차는 2035년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예측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자동차와 관련된 선진국의 기술과 정책적지원에 비하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가야할 길은 아직 멀고 해야 할 일이 많은 현실이다.

AI, 원격진료, 핀테크 등 ICT 신기술의 출현은 기존산업과 정태적 성격의 법 제도에 빠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기술 역시 마찬가지이다. 자유시장경제체제하에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논거는 크게 ‘시장실패’와 ‘시스템실패’ 두 가지로 제시된다. 규제개혁의 문제는 후자의 문제다. 정부는 신기술이 다양하게 생성되게 하고 이를 선택·유지·확산되지 못하게 하는 제도적인 문제점과 함정을 제거해야 한다. 이것이 정부의 역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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