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민심이 여간 무거운 게 아니다. 이번 설 민심은 민생 악화, 정치 불신으로 요약할 수 있다. 어느 때 보다도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달라. 그리고 정치 개혁을 해달라는 요구가 상대적으로 커졌다. 정치권이 민생은 돌보지 않은채 자신의 세 불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설 이전부터 여권에 악재가 잇따라 터지는 가운데 여야 정국 경색·민생 개혁 입법 실종, 자유한국당의 2·27 전당대회 바람, 북미정상회담 예정 등 민감한 주제가 향후 정국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새해 벽두부터 우리 경기 둔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그러잖아도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마당에 그나마 우리 경제를 떠받치던 수출마저 위축되고 있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물론 세계적으로 경기 둔화 추세이긴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수출 부진 등 우리의 대외 경제 여건이 그리 좋지 않다. 더구나 고용, 설비투자, 공장가동률 등의 지표도 저조한 형편이다. 지역경제가 어렵다는 지역민의 하소연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모두 어려운 지역경제 사정에 공감하고 있다. 지역 숙원 사업 위주로 예타 면제 사업을 시행하기로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지역 산업구조 고도화 개편 및 신산업 육성 등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아쉽다. 중소기업, 시장 및 골목상권,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현장 목소리에 절절한 서민들의 애환이 녹아있다.

지역 정가에 대한 기대와 우려 또한 주시할 대목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법정 구속은 몰락한 어느 정치인 한 사람의 뒤틀린 인생 역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가 한때나마 충청대망론의 한 축이었던 까닭이다. 그 다음 타자는 누구인가. 충청대망론의 꿈을 키우는 정치인들의 행보에 유독 주목하는 건 바로 충청인의 인지상정에서 비롯되고 있다. 예컨대 정치 재개를 선언한 이완구 전 총리, 한국당 2·27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한 정우택 의원을 꼽을 수 있다. 충청대망론의 인물 적합성 문제가 화두다. 충청 정치세력화에 대한 지역민의 희망은 생생하게 살아 있다. 설 민심에서 우리의 여러 좌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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