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규 대전마케팅공사 사장

올 겨울은 여느 해 보다 따뜻하고 눈이나 비도 거의 오지 않는 마른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 해 여름에는 기상관측 이래 최악의 폭염으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는 데, 이번 겨울에는 이상 고온에 겨울 가뭄, 고농도 미세먼지 등에 적응이 쉽지 않는 느낌이다. 이런 겨울철 이상기후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얼마전 기상청에서 국내 최초로 전남 영광 북서쪽 해상에서 인공강우 실험도 추진했지만 영광 지역에 약한 안개비만 내렸고, 정식 강수 기록으로 잡히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인공강우 실험의 사실상 실패를 보면, 아직 대자연의 힘 앞에서는 여전히 인간의 힘이 많이 미약하다고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 지금까지 이 정도의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관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대규모 협력능력에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저자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인간이 사회를 만들고 번창시킨 원동력이 다른 동물에 비해 유연하고 긴밀한 대규모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능력 덕분이라고 한다. 인간의 뛰어난 협력능력이 몇백명이 아니라 몇백만명 단위의 대규모 협력을 가능케 하여 짧은 기간에 문명을 발전시키고 세상을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대규모 협력능력도 친밀하고 효율적인 인간관계가 기반이 되어 확산되어야만 가능한 법이다. 던바의 법칙에 의하면, 원래 사람이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최대 숫자가 150여명 수준이라고 한다. 그래서, 뒷담화 같은 현상도 친밀한 관계의 사람들이 긴밀한 협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서로 견제하고 압박하기 위해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요즈음 SNS중독 다이어트, TMI(Too much information) 등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로, 인터넷에 정보가 넘쳐나고 사람들이 SNS를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인간관계도 가벼워지고, 현실 판단력도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

문체부가 얼마전 발표한 '2018 국민여가활동조사'에 의하면 우리의 10대와 20대는 여가시간의 2/3 정도를 스마트기기를 가지고 보내면서, 주로 하는 활동은 웹서핑, 모바일메신저, SNS활동, 게임 등이라고 한다. 그만큼 사이버 공간에서 간접체험하는 시간이 실제 현실 공간에서 직접 체험활동하면서 보내는 시간 보다 2배나 더 많다는 것이다. 이를 틈타, 인공지능을 악용한 가짜뉴스까지 사이버 공간에서 등장하면서 각종 폐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고, 실제 가끔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사이버와 사이비의 차이점이 점 하나 차이라는 말도 있다. 그만큼 사이버가 사이비가 되기 쉽다는 뜻으로도 읽힐 수 있다. 이럴수록 사이버 공간에서 가끔 벗어나 직접 체험을 늘리면서 현실감각과 판단력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한 데, 여행이야말로 이러한 사이버 공간이 아닌 현실 세계에 대한 안목과 판단력을 키우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소중한 체험활동이라고 생각된다.

대전방문의 해가 2019년 한 해가 아니라 올해부터 2021년까지 3년간으로 확대하여 추진하게 되었다. 기간이 늘어난 만큼, 대전방문의 해 성공을 위해 관련기관들간의 대규모 협력도 더 중요해졌고,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등 협력관계도 더 소중하게 되었다고 생각된다."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처럼, 대전방문의 해를 통한 대전관광이 오래 가기 위해, 이번 대전방문의 해를 계기로 우리 모두가 다른 지역에 사는 가까운 사람들부터 대전을 방문하도록 초청해서 같이 여행을 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대전의 숨은 매력들을 발굴하고 선보이는 관광 안내자 역할을 한다면, 여행을 통해 함께 안목도 넓히고 사이도 돈독하게 됨으로써, 가까운 사람들을 가장 아끼는 지름길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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