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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백승목 기자] 지위를 이용해 비서를 성폭행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항소심에서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1심에서는 “피해자의 성적 자유가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는 ‘위력에 의한 피해자 간음’이 인정되면서 판결이 뒤집혔다.

서울고법 형사12부(홍동기 부장판사)는 1일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게  "동의된 성관계라는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이같은 판결을 내렸다.

안 전 지사는 자신을 수행하던 여비서를 상대로 위력에 의한 간음(4회) 및 추행(1회), 강제추행(5회)을 한 혐의로 지난 4월 기소됐다. 

재판부는 "첫 강제추행은 피해자 진술로 증명됐고 안 전 지사가 성관계 경위진술을 스스로 계속 번복해 믿기 어렵다"며 유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안 전 지사의 행동은 성적 자유를 침해했을 뿐 아니라 도덕적 비난을 넘어 추행행위"며 "지위·권세를 이용하면 피해자 자유의사 제압 충분하다"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저지른 10차례의 범행 가운데 한 번의 강제추행을 제외하고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면서 판결이 뒤바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의 진술이 주요 부분에 있어 일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피해자가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나 감정을 진술해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사소한 부분에서 다소 일관성이 없거나 최초 진술이 다소 불명확하게 바뀌었다 해도 그 진정성을 함부로 배척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성폭행 피해 경위를 폭로하게 된 경위도 자연스럽고, 안 전 지사를 무고할 동기나 목적도 찾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첫 간음이 있던 2017년 7월 러시아 출장 당시는 피해자가 수행비서 업무를 시작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시점이었고, 체력적으로도 힘든 상태였다는 점 등을 볼 때 합의하에 성관계로 나아간다는 게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미안하다"고 말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업무상 위력'에 대해서도 반드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유형적 위력'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안 전 지사의 사회적 지위나 권세 자체가 비서 신분인 피해자에겐 충분한 '무형적 위력'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지난해 3월부터 피해자를 변호해 온 정혜선 변호사는 "항소심 과정에서 간음 당시 안 전 지사의 위력 상황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증거가 상당히 많이 제출됐다"며 "안 전 지사의 권력, 피해자와의 지위 차이, 폐쇄적인 조직 분위기 등이 모두 위력에 의한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라고 말했다.

서울=백승목 기자 sm1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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