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이 공장총량제 완화에 반대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지방의 사정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공장총량제는 제조업의 과도한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수도권 3개 시·도의 공장건축면적을 총량으로 설정, 건축을 제한하는 제도로 1994년부터 시행됐다. 수도권 집중을 막는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특별물량공급이라는 명목으로 정부차원의 완화조치가 이뤄져 왔다는 점이다. 경기도 파주와 평택에 각각 LG와 삼성의 대규모 공장이 들어섰던 것도 그런 케이스였다. 이번에도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의 부지와 관련, 수도권 규제를 풀려는 움직임이 포착돼 비수도권이 들고 일어났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는 올해부터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정부가 클러스터 용지를 선정하면 SK하이닉스와 협력 업체 50여 곳이 동반 입주한다. 고용창출 효과가 1만 명 이상에 이르고, 경제적 파급효과도 수십조 원에 달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면서 지방자치단체 간 사활을 건 경쟁이 치열하다.
수도권과 지방이 모두 고르게 잘사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되새겨 봐야 한다. 그러잖아도 정부는 3기 신도시 4곳을 발표, 국토균형발전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다시 반도체 클러스터를 수도권에 배정한다면 그야말로 표리부동한 정책으로 지탄받게 돼 있다. 지방을 아예 포기할 텐가 아니면 이를 지킬 것인가. 국토균형발전정책을 지향해온 문재인 정부가 갈 길은 명확하다. 지방의 어려운 사정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