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대전선거관리위원회 홍보담당관

지난해는 기초의원부터 광역단체장, 교육감까지 한 번에 뽑는 복잡한 지방선거를 성공적으로 관리했다. 23년 만에 60%가 넘는 투표율을 기록했으며 지역 주민들의 생활과 밀착된 홍보를 통해 동네 민주주의 발전의 토대를 다졌다.

올해 3월 13일은 제2의 지방선거라 할 수 있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치른다. 전국에서 1300여개의 농협·수협·산림조합의 대표자를 하루에 모두 뽑는다.

지방선거 못지않게 복잡하고 까다로운 선거이다. 조합장선거를 제2의 지방선거라 부르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조합장선거의 유권자는 지방선거의 유권자이기도 하다. 조합장선거에서 깨끗한 선거분위기를 경험한 유권자는 지방선거 역시 깨끗하게 치러지길 기대한다. 후보자들은 조합장선거를 발판으로 지방의원 또는 단체장선거에 출마하고 또 지방선거를 발판으로 국회에 입성하려고 한다. 따라서 조합장선거 출마자들이 금품을 뿌려서 당선된다면 공직선거에서도 마찬가지로 돈을 쓰려 할 것이다. 유권자나 후보자에게는 조합장선거나 지방선거가 별반 다르지 않다.

후보자들이 금품선거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조합원 수가 많지 않다 보니 돈을 써서라도 몇 사람만 자기편으로 확보하면 당선될 것 같다는 계산과 당선만 되면 선거 때 뿌린 돈을 다 회수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선거운동 기회의 부족 때문일 수도 있다. 자신을 알릴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후보자는 불안할 수밖에 없고 비정상적인 방법에 유혹을 느낄 수 있다. 유권자들 역시 후보자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는 금품이나 혈연·지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관위는 조합장선거의 선거운동 방법을 확대하고 유권자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제도개선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아직도 충분한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아쉽다.

처음 치른 동시조합장선거는 투표율 80.2%를 기록했다. 동시조합장선거를 치르기 전 10년간의 평균 투표율 78.4%보다 높았다. 선거를 전국에서 동시에 실시해 국민적 관심이 높았고 통합선거인명부를 사용해 선거인의 투표편의가 개선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선거분위기도 과거에 비해 깨끗하고 공정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고질적인 금품수수 관행이 남아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금품을 주면 표를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후보자들의 잘못된 인식과 혈연·지연에 얽매인 지역사회의 특성, 금품제공에 대한 관대한 관행 등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금품선거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 조합장선거는 공직선거 못지않은 준법선거가 될 수 있도록 출마자들과 유권자인 조합원 그리고 조합과 선관위가 다 같이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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