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진 KEB하나은행 황실지점 PB팀장

“2000만원을 2배레버리지 펀드 투자했는데 며칠사이 코스피200 지수가 2.5% 올라서 100만원 수익이 났어요. 이거 찾아서 가방 살래요.”

기뻐하는 후배를 보며 요근래 출렁출렁 한 주식시장에서 제법 수익을 낸 것이 기특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투자 이전에 했던 투자는 아직 적잖은 마이너스일 텐데’라는 걱정이 스쳤다. 그녀의 마음 속 회계 계정에는 수익과 손실 계정이 따로 구분돼 있었으며 ‘수익은 맘껏 쓰고, 손실은 좀 더 기다리면 된다’라는 생각인 듯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금보장을 선호한다. 이런 사람들의 마음에는 딱 한 가지 회계 장부만 존재한다. 그 회계장부에는 자신이 투자하면 무조건 적자로 마감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가득하다. 이 때문에 2000만원을 투자할 때 절대 원금손해 없이 단 2% 수익이 나도 괜찮다고들 한다. 옆에 사람은 리스크 적은 투자상품으로 5% 수익을 가져감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데, 수익의 일부를 손해 본다는 사실을 인식하지는 못한다.

13월의 보너스로 불리는 연말정산. 이때 일정금액을 환급받게 되면 어찌하는가? 대개의 경우는 공돈으로 인식하고 아무렇지 않게 지출계정으로 보내버리고 어느 순간 소리없이 사라지지 않았는지. 만약 이 자금을 그냥 두지 말고 ‘노후준비계정’으로 보낸다면 함부로 쓰지 않게 될 것이다.

뭘 그렇게까지 하느냐 반문하는 이도 있겠지만 이미 영국과 뉴질랜드는 연금에 투자해서 얻은 환급세액을 바로 연금계좌로 입금해 주는 나라도 있으니 참고해 볼만한 일이다. 매일 담배를 태우는 사람, 매일 커피 한잔씩은 꼭 마시는 사람의 경우에도 하루에 5000원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한 달에 15만원이라고 계산을 해보자. 푼돈이라는 생각을 목돈이라는 것으로 변경해 생각한다면 아무 생각없이 소비하던 작은 돈이 얼마나 큰돈이 되는지 깨닫게 될 수 있다.

끝으로 우리가 늘 사용하는 카드로 지출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마음 회계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보았는가? 실제 실험을 통해서도 밝혀졌는데 현금으로 지출하는 것과 카드를 통해 지출하는 심리 속에는 당연히 현금소비보다 카드소비가 무감각하게 여겨진다고 보고되고 있다. 깨알처럼 작은금액, 당연히 써야 하는 필요한 소비라고 카드를 긁어대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서 합쳐지면 큰 금액이 돼 감당하게 어렵게 된다. 즉 과소비가 아무렇지 않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 회계에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존습관을 의심 없이 고집하려는 것이다. 더 큰 혜택이 있는데도 기존에 운용하던 대로 그냥 두고 있는 퇴직연금을 보면서, 또는 손실 볼게 없는 유용한 ISA상품 가입을 이유도 모른채 안좋은 상품을 생각하고 미루는 사람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동시에 필자 또한 그런 마음 회계의 오류에 빠져있는것은 아닌지 살피게 된다.

부디, 조금 더 합리적인 사고를 통해 좋은 결실을 거둘수 있도록 스스로 점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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