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희 충남도 농림축산국장

새해가 시작 되자마자 강원도 양양군 서면 송천리 산불은 지역 특산물인 송이 산을 폐허로 만들었다. 화마는 연간 2억원의 수익을 올리며 주민의 생계를 책임지던 산을 하루아침에 불살라 버렸다. 수십년 동안 산림을 가꾸어 온 정성과 노력은 허사가 되었다. 산림에 깃들여 살고 있던 수많은 생명과 숲에 기대어 살던 주민들의 삶도 무너졌다.

국토의 63%가 산림지역인 우리나라는 숲이 우거져 계절을 막론하고 점차 초대형 산불이 늘고 있다. 울창한 산림은 입목밀도가 높고, 낙엽 등 지피물이 많이 쌓여 산불의 발생과 확산이 용이하다. 또한 대부분 단순림으로 구성된 우리 산은 경사가 급격해 산불이 급속도로 퍼진다. 여기에 산을 찾는 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기후변화 등은 산불발생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

충남도는 이러한 산불위험에 대응해 무인감시카메라를 확대 배치하고, 드론을 이용한 과학적인 감시체제를 강화하여 산불방지의 사각을 없애고 있다. 또한 진화헬기를 취약지에 전진배치하고, 철저한 감시와 초동진화체제 구축으로 능동적인 산불방지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대형화하는 산불에 대해 과학적인 예방·진화 등 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전문화된 산불진화대원 확보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많은 인력과 첨단장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손끝에서 시작되는 산불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산림청 ‘산불통계연보’를 보면 우리나라는 연평균(09~18년 평균) 432건의 산불이 발생해 670㏊의 산림이 소실됐다. 산불발생의 주요원인은 입산자 실화(36%), 논밭두렁 및 쓰레기소각(31%) 등이었다. 산불은 막대한 피해에 비해 그 원인은 사람의 부주의나 실수와 같은 사소한 데에서 주로 발생한 것이다.

이렇듯 산불은 대표적인 인재(人災)다. 산불은 예방이 충분히 가능한 인재임에도 국민적 주의와 관심이 적은 것이 현실이다. 산불에 대한 위험을 직접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을 떠나서 우리의 삶을 생각할 수 없듯이 산불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와 의식 전환이 매우 중요하다.

이제 며칠 후면 최대명절인 설이다. 최근 10년간 설 연휴 기간 중 70건 여건의 산불이 발생 되었으며 이중 설 다음날이 36%를 차지 하고 있다. 이는 성묘객과 등산객으로 인한 산불 발생 위험이 매우 높은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충남도는 연휴기간 산불방지대책본부를 비상근무체제로 전환하고 성묘객이 집중되는 묘지주변과 입산길목 등에 산불감시원 집중 배치, 마을방송·취약지 깃발 설치 등 산불예방 홍보 및 초동대응을 위한 임차헬기 출동태세를 완비하는 등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로부터 한 사람 한사람이 산불에 대한 경계심과 예방이 그 어떤 대책보다 확실하고 중요 하다 할 것이다.

‘이 지구는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손으로부터 잠시 빌려 쓰고 있는 것이다’라는 케냐 속담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산림녹화에 성공한 우리 산림은 현세대의 것만이 아니다. 수십 년간 정성들여 가꿔온 산림은 우리 후손들과 함께 누려야 할 공동의 재산이다. 1분 1초의 잠시잠간의 부주의가 수십, 수백년 동안의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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